서초구 동아리 ‘청렴지기’
서초구 동아리 ‘청렴지기’
  • 이승열
  • 승인 2015.04.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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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公廉 실천, 서초형 청렴문화 ‘청ㆍ신ㆍ호’ 밝힐 터
   
▲ 서초구 청렴지기 동아리 회원들이 17일 남양주시 실학박물관 ‘공렴 아카데미’에 참가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연말 회원모집, 예상밖 신청자 대거 몰려

행정ㆍ복지ㆍ토목 등 직렬 골고루…44명 활동

명절선물 안받기 ‘클린캠페인’ 청렴 나비효과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28세 때 갑과(甲科)에 2등으로 급제했다. 그런데 장원이 결격사유로 급제가 취소돼 사실상 장원급제를 하게 됐다. 이때 다산은 정조를 알현하고 다음과 같은 시(詩)를 남겼다.

“임금님 앞에서 여러 번 응시했으나(屢應臨軒試) 마침내 베옷 벗는 영광 얻었네(終紆釋褐榮) 하늘의 조화란 깊기도 해서(上天深造化) 하찮은 사람 후하게 키워주셨네(微物厚生成) 둔하고 서툴러 부리기 어렵겠지만(鈍拙難充使)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껏 봉사하리(公廉願效誠) 임금님의 격려 말씀 많기도 해서(玉音多激勵) 나이든 아버님 매우 위로 되셨네(頗慰老親情)”

이 시에 나오는 단어가 바로 ‘공렴(公廉)’이다. 공(公)은 공정 또는 공평을, 렴(廉)은 청렴을 의미한다. 이후 다산은 공직생활 내내 ‘공렴’을 실천하고, ‘공렴’을 주제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썼다. 그의 가르침은 현대를 살아가는 공직자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 됐다.

서초구 동아리 ‘청렴지기’는 이러한 다산의 가르침을 배움으로써 청렴을 기본부터 다지자는 취지에서 지난 17일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으로 ‘공렴 아카데미’ 교육을 다녀왔다.

이번 교육은 30명의 회원이 참가해 다산의 공렴정신과 청렴사상을 배우며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또 다산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마재마을을 둘러보고, 학예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실학박물관도 견학했다. 오는 길에는 두물머리에 들러 서로가 지친 마음을 달래고 힐링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서초구의 ‘청렴지기’는 서초구 직원들이 스스로 서초구의 청렴문화를 만들어 가자며 뭉친 직원동아리다. 지난 연말에 공개모집을 통해 회원들을 모았다. 처음엔 20명 정도의 회원을 모집하기로 계획했었는데 예상 밖으로 지원자가 많았다고 한다. 다만 행정·복지·토목 등등 모든 직렬마다 골고루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지금은 44명이 활동하고 있다.

‘청렴지기’를 시작부터 함께한 명정은 주임(감사담당관)은, “최근 청렴이 공직사회에 이슈가 됐기 때문인지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구청장님도 청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시고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보자는 의지도 강했다”고 설명해주었다. 실제 조은희 구청장은 최근 청렴도평가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서초구를 임기 중 ‘청렴 1등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서초구의 청렴구호는 ‘청·신·호’(청렴·신뢰·호감)이다.

이후 1월16일에 발대식을 갖고 ‘청렴지기’의 공식적인 탄생을 알렸다. 발대식에는 조은희 구청장도 직접 참석해 회원들을 격려했다.

첫 번째 공식행사는 올해 설 연휴 전에 실시한 ‘클린 서초 캠페인’이었다. 명절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며 ‘청렴실천10계명’이 적힌 청렴물티슈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청렴지기’는 앞으로 청렴과 관련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어떤 종류의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서초형 청렴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청렴지기’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애 팀장(주민행정과)은 “사람이 건강할 때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조직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 투명하게 드러내고 바로잡아가는 것이 바로 청렴”이라며, “작은 세포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것처럼 우리의 활동이 서초구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李昇烈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