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지사지와 아전인수
<기자수첩>역지사지와 아전인수
  • 윤종철
  • 승인 2015.05.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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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鍾哲 기자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 지난 6일 국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하루종일 진통을 겪었다. 개혁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약 14개월여 동안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결국 불발로 끝이 났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여당과 야당, 정부와 공무원, 국민과 국민들이 서로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개혁은 결국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넘기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말이 있다. 때로는 공격의 용도로 가끔은 방어기제로 쉽게 통용되면서 요즘 왠지 더 익숙해진 느낌의 ‘역지사지와 아전인수’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와 자기 입장만을 생각한다는 ‘아전인수’,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지만 요샛말로 ‘다른 듯 결코 다르지 않은 같은 뜻’으로 꼭 새겨둬야 될 말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한 자치구 구의회 공무원과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원스톱 민원서비스 기본지침을 각 지자체에 전달하고 민원실에 ‘허가전담창구’ 설치를 확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사업자등록신고를 해야 했던 아내를 위해 세무서와 구청을 여러 번 번갈아 다니며 귀찮아 했던 나로서는 ‘왜 진작 시행하지 않았는지’ 정책의 유용성에 대해 나도 모르게 열변을 토해냈다.

그런데 한참을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공무원이 당연한 듯 물었다. “근데 그 일은 누가 해요?”

단순히 공무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내 과오로 치부하기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정부의 ‘원스톱 민원서비스’ 정책자료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더구나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기사 한 줄 찾을 수 없었다. 완벽한 아전인수다.

최근 지자체마다 주민 복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자치구 동 주민센터에서는 전 직원이 각각 30~50명의 주민들을 맡아 직접 해당 주민들을 방문해 생계지원, 취업, 건강관리, 문화프로그램 안내, 생활민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책은 민원행정개선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은 반론의 여지없이 환영 받을 만한 정책이며 민원행정의 올바른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직원들 대부분이 현장이 투입되는 만큼 한 창구에서 모든 민원을 처리하게 된 2명의 해당 직원 입장에서는 어떨까? 주민등록을 제외한 인감 등 330종의 민원사무와 수급자 상담 신청, 장애인 업무 등 110여개의 감정노동 등 결코 좋아할 일 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역지사지다.

살다보면 이유 없이 심각한 갈등 상황에 직면 할 수 있다. 또 가끔은 나도 모르게 행운이나 즐거운 일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 때마다 한 번쯤은 ‘역지사지’와 ‘아전인수’를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본다면 2015년은 그래도 기분 좋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