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안아주며 “오늘도 파이팅!” 엄마처럼 선생님처럼 등굣길 지켜
아이들 안아주며 “오늘도 파이팅!” 엄마처럼 선생님처럼 등굣길 지켜
  • 李周映
  • 승인 2015.05.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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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이은정 경위
   
▲ 이은정 경위가 학교 교육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초ㆍ중ㆍ고 8~9개 학교담당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등 열정 

 

[시정일보]어렸을 적 정갈한 제복에 각 잡힌 모자를 쓴 경찰관은 무엇 때문인지 선생님의 회초리보다도 무서운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찰이 두려운 존재라는 고정관념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도봉구 학교전담경찰관(이하 학교경찰관) 이은정 경위는 선생님들보다 더 아이들 가까이에서 이야길 듣고 아이들의 생각과 시선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었다.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 이은정 경위의 하루는 아이들의 등교시간과 함께 시작된다.

한 명의 학교경찰관이 전담하고 있는 학교는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모두 포함해 8~9개 학교다. 조금씩 다른 등교 시간에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동하며 학생들과 함께 아침 등굣길 학교폭력 예방캠페인을 벌인다. 피켓을 들고 있기도 하고 프리허그나 하이파이브 등을 하면서 아이들의 활기찬 하루에 함께 파이팅을 외쳐준다.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의 배식을 돕고 함께 식사를 하며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을 살핀다.

“처음엔 아이들이 경찰관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다가오지도 않고 대답도 잘 안하고 피하기 바빴죠.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그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이해해주는 거죠.”

이은정 경위는 학교경찰관으로 아이들을 살피면서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둔 한 아이를 떠올린다.

25년의 경찰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삶이 계획한대로 진행돼 왔던 이 경위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럭비공같은 아이들이 참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교 때부터 딸아이의 친한 친구였던 한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순찰을 돌던 중 ‘아.. 너무 먼 길을 돌아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를 보면서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처음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 때 바로 올바로 다시 단추를 채우는 법을 알려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책임감을 크게 느꼈었습니다. 이때부터 빠르게 하루 하루 성장하는 아이들이기에 그 시간과 상황에 알맞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작년부터 학교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경위는 힘든 아이들을 만날 때면 그때 그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아이들의 마음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 경위의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이 경위를 ‘쌤’이라고 부르며 메신저 톡을 하고 문자를 보낸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첫 경험임을 이 경위는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경위는 “여력이 될 때까지 아이들이 몇년 후 행복했던 학창시절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도록 바르게 성장하고 스스로 올바른 판단으로 갈등과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으며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도봉경찰서에서는 방송댄스, 승마교실, POP글씨쓰기 등의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학교폭력학생들을 위한 자연생태체험 선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李周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