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기자수첩>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 정칠석
  • 승인 2015.05.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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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4월 국회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더불어 민생·경제살리기 법안 등 1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정작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은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단 한 건 뿐이었다는데 대해 우리는 실망을 넘어 허탈함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 단 한 건마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여당 단독 표결을 통해 간신히 처리됐다. 의정 단상에 쌓여 있던 100여개의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의 처리는 모조리 무산됐다. 여야 모두 말로만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일자리 창출의 대안 격인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은 빈손으로 임시국회를 폐회해 대혼란을 야기하며 국회의 기본책무와 권한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 인상 방안까지 끌어들인 자체가 뜬금없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문제점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사태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보다 자신들의 입지 강화에만 신경쓰며 다음 선거판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허송세월로 일삼는 사이 우리 경제는 점차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은 우리 정치인들의 편협하고 근시안적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며 이는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하고 연금보험료율을 상향하는 개편을 하고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을 2047년에서 2060년으로 겨우 13년 정도 늦춰놓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자라나는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 것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한 포퓰리즘으로 더 이상 용납돼서는 곤란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권은 주요 민생법안을 공무원연금 등 정치적 이슈와 연계해 볼모로 잡아 무산시킴으로써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와 여당의 무원칙·무기력이 만든 불임 국회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무려 1만4000여건이 넘는 법안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3분의 2가 의결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 마당에 오히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발목을 잡은 꼴이 되고 있어 작금의 국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