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남성들은 더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시정칼럼>남성들은 더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 시정일보
  • 승인 2015.05.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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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논설위원
   
 

[시정일보]한국 사회의 결혼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결혼 적령기 여성들의 미혼율이 2000년대 들어 급상승하고 있으며 기혼자와 미혼자를 포함해 상당수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등 가치관 자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요,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혼인서약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기야 “판단력이 부족하여 결혼하고 인내력이 없어 이혼하는데 기억력이 흐려져 재혼한다”는 농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결혼은 여자의 무덤이라고 했던가.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결혼기피 의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결혼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 반려자를 찾는데 점점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동거생활을 더욱 선호하는 풍조가 싹트고 있다.

공동책임에 대한 인식과 결혼 상대자에 대한 호감도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져 만족스런 파트너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부모들이 이혼한 경험을 겪은 젊은이들일수록 결혼에 회의적이고 결혼생활을 지속할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결혼에 대한 인식에 남녀 간의 중요한 인식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18-34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00년에 결혼이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한 남성:여성 비율이 35:28이었지만, 2014년에는 이 비율이 29:37이다.

다시 말하면 결혼을 원하지 않는 남성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제 그 비율이 여성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점점 더 반(反)남성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거부하는 남성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남성들은 더 이상 보상이 없는 결혼생활에 뛰어들길 원하지 않으며, 일방적 부담으로 인해 결혼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도 점점 여성지배적 사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가 남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남성들은 결혼생활에서 거의 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치하면, 남성이 결혼이탈현상이 가속화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이제 “남성들은 더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들에 대해 미리 미리 대응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한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의하면 결혼건수가 30만5500건으로 전년 대비 1만7000건이 감소하여 2004년의 30만 86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혼기피 현상은 결국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당면 난제를 더욱 풀어내기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 한국 사회는 이미 합계출산률에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저출산이 계속될 경우 2018년부터 총인구 감소가 발생해 2050년이 되면 현재 4830만명인 인구가 4410만명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고도 나와 있다.

인구감소가 노동력 저하와 내수시장의 위축 등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구 문제를 풀기 위해 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결혼기피 현상의 타파야말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정부가 그동안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새로운 대안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시로 내놓고 있지만 이제라도 현실성을 담은 체계적인 내용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단순한 캠페인 같은 장려가 아닌 실질적으로 젊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1인 가구와 이혼가족 등 구조적 취약가구의 증가를 고려해 부부중심의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가족유형에 맞춰 가족의 다양한 가치관과 욕구를 인정하고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족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