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무엇이 청년들을 정의에 매달리게 하나
<특별기고>무엇이 청년들을 정의에 매달리게 하나
  • 시정일보
  • 승인 2015.05.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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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일/시인, 세계펜클럽한국본부 이사

[시정일보]<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대학교 센델 교수가 쓴 책이다. 이 책은 구제금융, 모병제, 대리출산 같은 현실 문제를 비롯해 경로를 이탈한 전차, 고통의 대가를 계량하는 시험과 같은 사고 실험을 주제로 다루어진 책이다. 한국에서 2014년 11월에 나와 짧은 기간에 2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많은 독자를 가지지 못했다. 저자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에 대하여 깜작 놀란 모습을 보였다. 결론부터 말한다. 한국의 젊은이는 정의에 열중하고 있다.

정권이 들어서며 사정(司正)은 필연처럼 되어 버렸다. 사정에 의하여 경제인들의 자살은 이젠 뇌성이 되어가고 있다. 부정부패의 사정은 대통령까지 투신에 이른 실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독자는 대다수가 대학생들이다. 한국의 젊은이는 부패의 고리를 정의한 마이크 센델 교수의 저서에서 정의라는 프레임을 통하여 찾고자 한다. 미국에서도 몇 만권 정도의 판매에 불과한 책이 한국에서 200만부가 나갔다는 것은 매우 시사한 바가 크다. 그 사회의 특성은 영화와 노래, 인기몰이 책들이 말한다.

<워낭소리> ,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 같은 영화도 순수의 시대를 갈망하는 관객들에게 관심을 끈 결과물이다. 소설 한권으로 인기몰이를 하여 일약 국회의원까지 된 김홍신의 <인간시장>도 그렇다. 당시 시대상은 지금보다 더 어지러웠다. 홍길동 후예 같은 명랑캐릭터의 주인공 장총찬은 가슴 시원한 젊은이였다. 부패를 향하여 신출귀몰하게 나타나 질타하는 내용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사람들은 시대가 가지는 불행을 누군가 나서서 씻어주기를 희망한다. 일면 대리만족을 요구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지도자의 비리 뉴스는 젊은이들의 눈과 귀에는 신물이 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대는 희망이 된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믿지 못하는 정치는 불신의 극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막연하나마 책 속에서 정의를 찾고 싶은 욕망이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정의를 문방구에서 파는 문구류라면 마음대로 구입하고 싶다. 수입할 수 있다면 직구(直球)로 구입하고 싶다. 그러나 정의는 구입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사회적 유형과 무형이 만들어가는 제도다. 제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 문화, 교육, 경제라는 여러 부분에서 지켜져야 할 요소들이다. 마치 건강의 필수 요건이 운동을 비롯한 식품이라는 다양한 요소들인 것처럼 말이다.

정의의 실현은 제도다. 사회의 곳곳에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매뉴얼대로 움직이면 정의는 숨 쉬게 된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혼란이 온다. 이후는 폭동이 일어난다.

광화문에 펼쳐진 텐트의 물결은 혼란의 막바지 폭동을 예고한다. 지난 13일 일어난 내곡동 예비군 총기사고도 정의가 무너진 매뉴얼 부재에서 온 폭동의 전초다. 지난해 세월호라는 대형사고도 매뉴얼 부재에서 온 것이다. 그 매뉴얼이 지금도 요원하다. 규명은 미래의 매뉴얼을 위한 전제다. 광화문의 불법텐트의 물결은 매뉴얼의 부재다. 통제가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광화문은 청와대가 지근거리에 있다. 서울의 안전과 행정을 책임지는 시청이 500미터거리에 있다. 물론 경찰청도 눈앞에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를 실현코자 하거든 광화문의 텐트부터 거둬내야 한다. 시민단체도 법의 질서 안에서 매뉴얼대로 움직일 때 시민의 호응을 받는다. 지금 한국은 정의가 필요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