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칼럼>부모봉양과 육아
<자치의정칼럼>부모봉양과 육아
  • 시정일보
  • 승인 2015.05.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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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 노원구의회 의장
   
 

[시정일보]내 아버지는 12년간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꽁보리밥도 배불리 못 먹던 시절에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상처하시고 어린 삼남매와 남겨지셨다.

어린시절 내 기억 속 아버지는 술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셨다.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피지도 않았고 뒷바라지를 넉넉하게 해주시지도 않았다. 당시 나는 고작 네 살 이었다. 엄마를 잃은 네 살 막둥이를 사랑으로 돌보지 않는 아버지에 우리 형제들은 원망의 마음이 가득했다.

이제 모두들 장성해 가정을 이루고 자리를 잡고 나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잃었던 네 살 막둥이가 되어버렸다.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버질 모시고 12년을 살았다. 그 세월이 견딜만 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한 번은 집을 나온 아버지를 농장에서 찾은 적도 있었다. 누군가 길을 잃고 헤매는 아버지를 농장에 데려가 일을 시킨 것이다. 다행히 지나가던 경찰이 발견에 아버지를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경찰서로 가 아버지를 찾고 감사의 인사를 하니 찾아와 준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치매환자는 가족에 연락이 닿아도 서로 미루는 일이 많아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안도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우리 형제는 아버지의 고마움을 느꼈다.

넉넉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흩어지지 않고 모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음은 아버지라는 큰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잘 해 드릴 걸, 좀 더 웃게 해 드릴 걸 생전에 못해드린 것만 생각이 나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린다.

최근 환갑인 며느리가 팔순이 넘은 시부모를 봉양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위로는 부모님을 봉양하는 한편 자식들 살림살이도 살펴야 한다. 자아실현이건, 경제적 이유에서건 이제 여성들은 결혼하고 출산을 해도 일을 놓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육아는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됐다.

자식들이 장성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된다고들 말한다.

부모님은 어린아이가 되버리시고 아들 딸은 손주 키워달라고 졸라대니 사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씹던 밥을 손자 입에 넣어준다는 ‘손자 돌보는 법 피하기’란 웃지 못할 이야기들은 이미 유명하다.

산모들의 몸조리도 문제다. 우리 때야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서 50대, 60대에 일을 하고 있거나 조부모를 돌봐야 해서 마음이 아무리 절실해도 형편이 못되는 집이 많다.

이렇게 되니 자연 찾게 되는 것이 산후조리원인데 비용이 엄청나다. 1주일에 최소 100만원이 넘고 이런저런 옵션을 추가하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제 육아와 출산의 문제는 개개인과 그 가족만의 문제에서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국가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지원해야할 것이다. 산후조리 또한 보육의 일원으로 보고 공공재원이 투자돼야 할 것이다.

신생아와 산모를 돌봐줄 믿음직하고 경제적인 시스템은 공공산후조리원이 해결책이다. 이미 송파구 등 일부 지자체들은 유료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산후조리원의 50~70% 수준의 가격에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신뢰로 산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 노원구에서도 공공 산후조리원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노원구는 건립부지를 노원구에서 제공하고 시설비를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형식의 시립산후조리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산후조리는 개인적인 영역으로 한정짓는 시선이 강하다. 그러나 보육은 출산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산후조리 또한 보육의 시작점으로 접근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