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끝은 낭떠러지 뿐
<시청앞>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끝은 낭떠러지 뿐
  • 시정일보
  • 승인 2015.06.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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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작금에 들어 방위사업 비리가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최신형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 연루 의혹으로 현역 해군소장을 체포했다. 지난해 11월 합수단 출범 후 현역 장성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해군 박모 소장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해군 장교들의 와일드캣 시험평가결과서 위조 행위를 묵인하거나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와일드캣이 해군 작전요구 성능에 미달하는데도 모두 충족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한 혐의로 해군 전현직 영관급 장교들이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합수단은 또 해군 최신예 214급 잠수함의 시운전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예비역 해군대령 임모 씨를 구속기소하고 허위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과 잠수함사령부 소속 해군 준위를 불구속 기소했다. 방산비리는 국가안보를 좀먹는 이적행위다. 끝이 없는 비리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쳐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합수단은 이번 기회에 성역 없이 비리를 계속 조사해야 한다. 더는 부패 구조를 방치할 수 없다.

군과 방위사업청, 방산업계에 깊이 뿌리 내린 군피아를 근절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 군의 새로운 출발 의지도 필요하다. 어디에서 허점이 생겨서 비리의 사슬이 연결됐는지 파악하고 분명한 비리척결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튼튼한 안보의 시작이기도 하며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의 자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