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노인과 지하철 무임승차
<시정칼럼>노인과 지하철 무임승차
  • 시정일보
  • 승인 2015.07.02 12:33
  • 댓글 0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65세가 되면 누구나 지하철 운임이 무료다. ‘노인 티’를 내기 싫다며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아 팍팍하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이동권을 보장하는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나 서울메트로는 노인 무임승차가 큰 적자 요인이라며 불평을 토로하기도 한다. 때론 노인들에게 요금을 물려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정부 재정으로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다분히 이해할 만하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2014년 1일 평균 지하철 탑승객 187만8000여명 중 11.8%가 65세 이상인 21만여명으로 10명중 1명 정도 무임승차가 된다. 그리고 장애인, 국가유공자까지 포함하면 14.1%에 이른다. 1일 적자가 무려 2억4000여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년 8753억이나 되는데 그중 50%가 무임승차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무임’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비용을 지불해야 할 대상이 공짜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무임’ 혜택을 받는 노년세대는 과거 국가발전을 위해 이미 과도한 희생을 치른 만큼 값을 치르지 않는 ‘무임’이 아니라 희생에 대한 대가와 보답으로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개념 정립을 통해 제도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범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임승차’ 또는 ‘무임수송’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

이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임승차가 주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물론 노인의 이동권 확대로 얻게 되는 자살과 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기초생활비 수급액 감소 따위 효과를 돈으로 환산한 숫자로 표시할 수 없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단지 비용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편익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어쨌든, 현행 <노인복지법> 제26조 ‘경로우대’ 조항과 시행령 제19조 ‘경로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 조항은 65세 이상에 대해 수도권 전철과 도시철도 요금의 할인율을 100% 적용토록 못 박고 있다.

이는 노인에 대한 기본적 우대와 경로효친의 일환으로 규정된 것이다. 또한 노년층 증가율이 빨라 우대 제도를 폐지하자는 논리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물론 노년세대에 대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차원의 상징적 존경을 없애자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무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출퇴근 시간대 교통 수요에 탄력적으로 연동되는 할인제도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노인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소득 수준의 잣대를 추가로 적용해 보는 것도 좋다. 또한 교통카드 이용 횟수를 적법하게 제한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조차 우리나라처럼 전액 무료는 그리 흔치 않다.

지금부터라도 대한노인회에서 자율적으로 노인 회원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는 중·장년 및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어 보자. 비근한 예로 서울에서 아침 일찍 온양 온천이나 춘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퇴근 시간에 올라오곤 한다. 가능한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지하철 이용을 양보하거나 자제하는 미덕을 보여 주자. 그들은 존경의 박수를 칠 것이다. 어르신의 대접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 경우 지하철 이용 시간대가 일반인들은 출근시간(07:00-09:00)에 23%, 퇴근시간(18:00-20:00)에 22%인 반면 65세 이상 노인들은 각각 17.4%, 18.1%에 이르고 있어 속칭 러시아워 시간대를 지옥철이라고까지 말한다. 누구나 느끼고 있는 출퇴근 시간의 실상이다.

그런데 최근 증가하는 ‘노인 복지 비용’ 문제를 놓고 정부가 고심하는 사이, 대한노인회가 지난 달 정기이사회를 열고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높은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이제라도 어르신들이 누구의 눈치도 의식하지 않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좋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