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뇌물을 주고받음에 누군들 비밀히 하지 않겠는가
<시청앞>뇌물을 주고받음에 누군들 비밀히 하지 않겠는가
  • 시정일보
  • 승인 2015.07.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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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貨賂之行(화뢰지행) 誰不秘密(수불비밀) 中夜所行(중야소행) 朝已昌矣(조이창의)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서 ‘뇌물을 주고받음에 누군들 비밀히 하지 않겠는가마는 한밤중의 소행이 아침이면 이미 소문이 퍼진다’는 의미이다.

吏屬(리속)은 몹시 경박하여 수령앞으로 와서는 ‘이 일은 비밀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사옵니다. 퍼뜨리면 제게 해로울 텐데 누가 퍼뜨리려 하겠사옵니까’하고 말을 하므로 수령은 그 말을 깊이 믿고 뇌물을 흔쾌히 받지만 문 밖에만 나서면 거리낌 없이 말을 퍼뜨리며 자랑하여 자기의 경쟁자를 물리치려하니 소문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나 수령은 혼자 깊숙이 틀어 박혀 있어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로다.

楊震(양진)은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四知(사지)를 말했으나 그 외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막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양진이 荊州(형주)의 刺史(자사)가 됐을 때에 무재 왕밀이 창읍의 원이 되어 밤에 금 열근을 품고 와서 진에게 주면서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 하오’라고 말하자 왕밀이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다.

작금에 들어 공직 부패가 이제는 나라 망신까지 시키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수입차 환경인증 업무 담당자가 급행료 명목으로 수시로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6급 연구원 황 모씨의 부패 행각은 정부의 부패 척결 선언 이후에도 계속됐으며 ‘한국 공무원이 고의로 인정서 발급을 지연시켜 뇌물을 받는다’는 주한EU 대표부의 공식 항의를 받고서야 전모가 드러났다.

현행법상 국내에 자동차를 출시하려면 수입차든 국산차든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 합격 환경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럽 수입차의 경우 우리보다 이미 높은 기준으로 환경인증을 받은 만큼 15일 이내 처리해야 하지만 황씨는 발급을 질질 끌면서 지난 6년간 113회에 걸쳐 3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유럽연합대표부가 환경부에 항의문을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첩보를 입수, 뒤늦게 꼬리가 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직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하고 신임 총리에게도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차제에 정부는 말로만이 아닌 공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의 독버섯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