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공중화장실 ‘숨은 주역’
‘머물고 싶은’ 공중화장실 ‘숨은 주역’
  • 李周映
  • 승인 2015.07.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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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 자원순환과 김동진 주무관
   
 

전국공중위생시설 관리인 ‘행자부장관상’ 영예

 

[시정일보]꼭 필요한 곳이지만 꺼리는 곳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공간 화장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공중화장실은 지저분하고 낡아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화장실이 언제부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많은 공중화장실에는 밝은 조명에 음악이 흐르고 좋은 향기까지 난다. 이렇게 머물고 싶은 화장실을 만들어 가는 데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을 것.

행정자치부에서는 매년 전국광역시 및 지방자치단체, 국가산하 각종 기관단체 등에 소속된 공중화장실 관리인 중 공중화장실 청결과 유지 관리에 헌신하는 이들을 발굴ㆍ시상하고 있다.

올해 전국공중위생시설 관리인 시상식에서는 노원구청 자원순환과 김동진 주무관이 서울시에서는 유일하게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분들이 많은데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잘 하라는 어깨의 무거운 짐을 더 얹어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구청에서 만난 김동진 주무관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쑥쓰러운 듯 인사를 건냈다.

그는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들도 깨끗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화장실이 많은데 우리 노원구에 상을 주신 것에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최신 시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해진 여건에서 깨끗하게 유지관리를 잘했다는 부분을 칭찬 해 주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김동진 주무관은 20여년 동안 업무를 해오면서 시민의식이 변화했고 그러한 변화에 일조 했다는 것에 남다른 보람이 있다고 했다.

“예전엔 화장실의 휴지, 방향제, 비누, 전구를 빼가는 분들이 많았어요. 새로 가져다 놓기가 바빳죠. 그럴 수록에 더 잘 챙기고 깨끗하게 환경을 챙겼어요.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더니 이젠 화장실 사용 에티켓도 많이 좋아졌어요. 무엇이든 갑자기 변화해 좋아질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화장실 이용 에티켓도 문화니까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제가 조금이나마 힘을 더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는 이러한 변화들을 느끼는 순간이면 그동안의 고된 업무들이 한꺼번에 큰 기쁨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동진 주무관의 취미는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다. 12시간 내내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로 스스로를 다잡고 깨우치는 기회를 만든다.

“대통령도 아무리 못난 사람도 자기 두발을 움직여 뛰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예요. 앞만 보고 머릿속을 가장 단순하게 만들면서 뛰는 순간이면 내 앞에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 뒤에서 달리는 사람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한 조건하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이 뛰는 순간이 가장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정직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아닐까 해요.”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장실은 지저분한 곳이라는 인식에서 이제는 청결하고 깨끗한 곳이라는 인식으로 변화를 만들기까지 끊임없이 보이지 않게 노력해온 이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