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 칼럼>캄보디아에서 발견한 희망
<자치의정 칼럼>캄보디아에서 발견한 희망
  • 시정일보
  • 승인 2015.08.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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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임 제 강동구의회 의장(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시정일보]요즘 바깥 날씨는 숨이 턱턱 막힌다.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국민안전처에서 보내는 폭염 특보 안내 문자가 며칠째 오고 있다.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나는 올해 인연을 맺은 캄보디아의 까맣고 눈이 유난히 큰 꼬마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지난 2월 본인이 회장으로 이끌고 있는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회원들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극빈 국가 층에 속하는 캄보디아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처음엔 봉사활동 앞에 붙은 해외라는 두 글자가 나를 조금 설레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5시간 후, 밤 11시쯤 씨엠립공항에 도착했다. 씨엠립은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코르와트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곳은 씨엠립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반티스레이 스와크라브 지역으로 앙코르와트와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캄보디아! 더운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보니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니 설레임보다 걱정이 앞섰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반티스레이 스와크라브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마을은 소득수준이 매우 낮고, 전기 및 수도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해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쓰라크와브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리를 너무도 열렬하게 반겨주어 잠시 당황했다. 사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선물! 참으로 귀여웠다. 해외 봉사활동을 출발하기 전부터 주변에서 기부받기도 하고 구매해 오기도 한 물건들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단연 학용품이었다. 이 곳은 교육환경이 열악하기도 했지만 공산품 생산시설이 부족하고 품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 온 학용품들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우리는 쓰라크와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풍선놀이도 하며 즐거운 운동회를 하고 준비해 간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흙바닥을 맨발로 뛰면서도 너무나도 해맑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우리는 마을로 돌아와 주민들에게도 의류를 나눠주고 주택과 우물 기증 작업 등을 함께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뜨거운 땡볕에 몸은 타들어가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땀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힘에 겨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것들이 있었다. 땀범벅이지만 보람에 찬 의장들의 얼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열정, 설레는 아이들의 눈빛. 아, 이게 바로 봉사의 보람이구나 싶었다. 가슴 속에 뿌듯한 뭉클함이 일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같이 땀을 흘리며 틈틈이 마주치는 주민들과의 눈웃음에 통역이 필요 없음을 느꼈다. 영겁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찰나로 바뀌었고 그렇게 나는 진짜 봉사의 기쁨을 알고 돌아왔다.

벌써 6개월째. 캄보디아에서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캄보디아에서의 5일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슴 찡한 경험이었다. 봉사를 하기 위해 향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받고 돌아온 것은 분명하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감사하며 더욱 겸손하게 되었다.

8월의 무더위에 한반도가 뜨겁게 끓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강동구 어딘가에 혹시 씨엠립같은 곳은 없는지 염려된다. 구의원은 단순히 정치인이 아니라 어머니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주민들에게 편안히 다가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현장생활 속에서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여름, 쓰라크와브 초등학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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