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보듬는 생활정치, 지방의회 존재이유 증명
민생 보듬는 생활정치, 지방의회 존재이유 증명
  • 이승열
  • 승인 2015.08.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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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2015 하반기 워크숍
   
▲ 전국에서 모인 여성 지방의원들이 워크숍 개회식에서 이만희 원주시 부시장(앞줄 가운데)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로컬푸드, 협동조합, 전통시장·청년창업 주제 세미나 만족도 높아

원주시 새벽시장, 기후변화대응 교육센터, 원주푸드종합센터 견학

 

[시정일보]‘연대(連帶)’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한덩어리로 굳게 뭉침”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 딱딱해 보이는 한자어에는 “혼자서 이 일을 하기에는 어렵고 벅차니 우리 함께 손잡고 극복해 나가자”는 고귀한 ‘함께함’의 의미가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공동대표 진화자 구리시의원, 왕정순 관악구의원, 이하 전여네)가 공개한 설립목적에도 ‘연대’라는 단어가 나온다. “네트워크를 통해 그동안 개인의 고민과 성과로만 남겨졌던 생활의 문제들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선배와 후배가 함께 끌어주고 공유하는 ‘연대’의 힘을 발견하고자 함”이라는 내용이다. 소수의 여성의원들이 ‘연대’해 남성 중심의 정치를 변화시켜 생활정치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와 광역·기초의 구별이 없다.

지난 21~22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린 전여네의 하반기 정기워크숍 역시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49명의 여성지방의원들에게는 어떤 구별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지하게 준비된 세미나와 교육에 임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이를 자신의 지역에 접목하려 애썼다.

이번 워크숍의 첫날 일정인 세미나는 크게 △로컬푸드 △협동조합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 등 3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첫 번째로 용정순 의원(원주시)이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용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2009)과 원주푸드를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원주푸드종합센터 준공(2014)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조례는 의원 자신의 성과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역량으로 남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는 김선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업지원국장이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실시했다. 김 국장은 발표를 통해 원주시의 오랜 협동조합 역사를 소개하고 “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주민들의 문제를 사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발전전략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장영덕 청춘팩토리 대표가 ‘청년, 시장으로 가다~!’라는 주제로, 침체돼 있는 원주 중앙시장에 ‘카페브러리 청춘’을 창업해 청년문화를 기반으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첫날 세미나에 앞서서는 강한옥 의원(동작구)의 사회로 개회식이 실시됐다. 개회식에는 이만희 원주시 부시장, 이상현 원주시의회 의장, 채희민 원주시 여성기업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워크숍 둘째 날에는 아침 일찍 ‘원주 농업인새벽시장’을 둘러보고, ‘원주 기후변화대응 교육연구센터’를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원들은 이어 원주푸드종합센터와 박경리문학공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1박2일의 워크숍을 모두 마무리했다.

   
▲ 여성 지방의원들이 원주시 기후변화 홍보관을 견학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들은 1박2일 일정 내내 자신들의 지역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미나 및 현장답사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박주화 의원(대전 중구)은 “전통시장을 살리는 청년창업가가 인상 깊었다”며 “지역구가 원도심이라 재래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데 도전의지를 높이 살 만했다”고 밝혔다. 백성원 의원(관악구)은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어 강의를 열심히 들었는데 다른 지역 협동조합의 역사를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전여네의 태생부터 함께해 왔다는 목소영 의원(성북구)은 “전여네의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며 “각 지역 의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소속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의 강의도 의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왕정순 전여네 공동대표 (관악구의회)

“광역의원 참여 확대 방안 모색”

 

- 이번 워크숍을 마친 소감은.

“이전 워크숍들에 비해 참여 인원이 적어서 마음이 아팠다. 원래 8월은 지방의원들이 비교적 여유가 있는 달인데, 메르스 여파로 미뤄진 행사가 집중이 돼버렸다. 특히 소속 당 행사들이 많이 잡혔다. 반면 교육내용과 현장답사 프로그램은 매우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고 실제 참여한 의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원주시 여성의원 다섯 분이 준비를 위해 너무 고생하셨고, 행사 내내 총출동해서 세심하게 배려해주신 원주시 공무원들께도 감사드린다.”

-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로컬푸드, 협동조합에 대한 세미나는 지방 중소도시나 도농복합도시 출신 의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관련 조례에 대한 설명은 의원들의 벤치마킹에 확실히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반면 서울 등 대도시 출신 의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편 ‘청년, 시장으로 가다’는 대다수 의원들의 호응을 받았다.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청년창업에 대한 주제에 의원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 앞으로 전여네의 활동 계획은.

“우선 이달 31일부터 9월7일까지 스웨덴 정책연수가 예정돼 있으며 15명이 참여한다. 10월에는 세계유기농엑스포가 열리는 충북 괴산군에서 대표단회의를 가지며, 내년 1월 정기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 앞으로 전여네의 운영과 발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처음 발족 당시에는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가 조금씩 결속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광역의원들이 대표를 맡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광역의원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았는데, 이번에 광역의원들이 몇 분 오신 것을 계기로 참여도를 높일 생각이다. 전여네의 워크숍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 때문에 한 번 참여하면 다시 오시는 비율이 매우 높다. 앞으로도 생활정치에 적용할 수 있는 조례와 정책들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겠다.”

 

   
▲ 여성 지방의원들이 세미나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는?

정당초월, 성평등ㆍ생활정책 개발 위해 탄생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는 지난 2008년 5월27일, 여성지방의원들이 광역·기초, 정당을 초월한 네트워크를 통해 성평등과 생활에 밀착된 지역이슈를 개발하고 정책화시키는 활동으로 지역을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처음 설립됐다.

이를 통해 여전히 소수인 여성의원들이 경험에 바탕한 생활정치를 실천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정치를 △생활정치 △맑은정치 △평등정치로 바꾸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분기별 세미나와 연 2회 정기워크숍을 통해 여성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고 국내 선진정책 현장을 방문한다. 또 해외정책연수와 공동연수보고회, 의정활동 우수사례 공모 등도 실시한다.

2008년 발족 이후 2년마다 임원을 선출해, 현재는 지난해 8월 선출된 4기 임원들이 전여네를 이끌고 있다. 현재 진화자 의원(경기 구리시, 새누리당)과 왕정순 의원(관악구, 새정치민주연합)이 4기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체 회원은 8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