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무너지는 인성 다시 세우기를...
<시정칼럼>무너지는 인성 다시 세우기를...
  • 시정일보
  • 승인 2015.09.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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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섭(논설위원)
   
 

[시정일보]최근 뉴스를 보면 정말 입에 담거나 생각하기 조차 끔찍한 일들이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부모형제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토막을 내어 시체를 유기하는가 하면, 자신이 오락을 하는데 아이가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엄마가 아기를 살해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비정하다는 정도로 표현이 안 될 지극히 비정상적인, 아니 적어도 인간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는 한에는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뿐 만 아니라 생활고를 비관하여 온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의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견해와 전문가적인 의견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적절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점이 더없이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일들은 불과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리 흔하지 않았던 사건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어쩌면 문제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나아지고 선진국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훨씬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최근 조사에서도 OECD가입국 중에 자살률 1위국가라는 오명을 벌써 몇 년째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뿐인가 패륜범죄율 또한 최상위권이며 따라서 국민우울증 역시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단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청소년의 자살률이 또한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도대체 왜 이지경이 되었는가? 다시 한 번 통렬하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불과 십 여 년 전만해도 ‘동방예의지국’이니 하며, 예의와 법도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을 헤아리고 가다듬는 덕목을 삼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런 식으로 인간성이 피폐해져간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인성을 다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 이런 사회분위와 관련하여 너도 나도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실제로도 인문학에 관한 관심들이 많으며 출판계에서도 서로 경쟁적으로 관련 서적을 출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지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처럼 이글이 새삼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을 다스리고 가정을 다스린 연후에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천하는 평안해 질 것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문학도 어쩌면 일부계층에게 또는 과시용으로 상품이 되어 팔릴 뿐 국민들의 전인교육 수단이 되지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젠가 지인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은 정책자들이 50%를 망가뜨리고 엄마들이 50%를 망가뜨렸다고 열 올리며 하는 이야기에 왠지 수긍이 가고 동조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문제는 90%가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문제는 결코 아이들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무엇이며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저지른 자기만족의 결과가 불과 10여 년 후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 볼 일이다.

전후 20여 년 동안은 그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오로지 내가족의 생계와 자식의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돌볼 여지가 없었다. 물론 이때의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까지 불리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 후 베이비 붐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서는 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아이들에게서 대리만족을 요구하는 양태를 보이다가 이제는 세계화속에 내 아이만 뒤쳐진다는 강박증 수준의 교육열을 보여주며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3~4살 아이들에게 월 수 십 만원을 들여 영어를 가르치는 참으로 코미디 같은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말 웃기는 일인데도 그러나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게 더 문제라는 걸 모르니 한심하지 않은가.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알리라. 교육이 이럴 진데 나머지는 어떤가? 과연 정상적인 부분이 있기나 한 건지 곱씹어보고 싶다. 학원은 교육의 장이 아니라 재단의 돈벌이의 장이 되었고,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정치는 대화와 타협보다 정쟁의 장이되고 있으며, 기업가는 최고의 세금포탈이 최상의 경영이라고 여기고 있다. 고위 장성에 의해 국가의 안위를 흔드는 군사기밀이 유출되고, 소위 인텔리전트라는 사람들조차 성추문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사회가 정녕 정상적인 사회인지 물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은 필자혼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크던 작던 아름답고 희망을 꿈 꿀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정녕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지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라도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동대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