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으면 그 뒤는 가늠할 수 없어
<시청앞>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으면 그 뒤는 가늠할 수 없어
  • 시정일보
  • 승인 2015.09.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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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 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촉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 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 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망신주기 국감, 인격 모독식 국감이 도를 넘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선 경찰청장에게 권총 사격 시연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대운 의원은 은평경찰서 소속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 오발 사망 사건을 질책하던 중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모형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순서대로 조준, 격발해 보라”는 식의 주문을 했다. 이는 13만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의 수장에게 망신주기 총 쏘기 시연이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총기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책을 따지는 것은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경찰청장을 일으켜 세워 총기 사용 시범을 보이라고 하는 것은 대다수가 민생치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13만 경찰관의 가슴에 비수를 꼽으며 사기를 꺾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권총 오발 사고가 났으면 그 원인을 따져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도록 하자는 게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다. 의원들은 취지에도 어긋나고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 선량인 국회의원들의 안하무인격인 갑질을 언제까지 우리는 두고 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