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 입니다.
독자기고/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 입니다.
  • 시정일보
  • 승인 2005.05.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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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하 철 서울지방보훈청장
온통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계절 5월,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이곳 서울의 거리에서도 5월만큼은 풋풋한 초록 내음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당장이라도 배낭 하나를 둘러메고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어느 낯선 들판을 찾아가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어느 산골마을을 찾아가도 연초록으로 물든 5월의 산야가 우리를 반겨주고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는 행복의 계절이다.
그러나 5월이 만인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현충일을 준비하기 위해 장롱 깊이 간직해 두었던 하얀 치마저고리를 손질하며 남몰래 눈물짓는 사람들이 있다. 6.25전쟁이 끝난 지도 어언 반세기가 훌쩍 지났건만 아직도 6월이 다가오면 소중한 가족을 조국에 바치고 쓸쓸히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가슴 속에 그 날의 상흔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곤 한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는 현충일과 6.25가 들어있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설정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위훈을 기리고 그 유가족을 위로하며 그분들의 위대한 애국정신을 되새기고자 다양한 보훈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보훈정신이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의 토대가 되는 정신임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국민들을 보면 6.25전쟁을 단순한 과거사로만 인식하고 점차적으로 조국의 소중함도 잊어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일부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눈먼 자식사랑은 어린 자식의 병역 기피를 위해 국적까지 포기시키고 있는 후안무치한 행태로 나타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부재는 우리 국민들에게 국가보훈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GDP를 가진 경제 강국의 대열에 서 있다. 동북아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에도 쉽게 고지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갈등과 분열이 큰 원인 중 하나라 생각된다. 지금 선진국의 문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있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갈등과 분열을 아우르는 정신적 구심점을 찾아 국민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국민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의 정신적인 구심점, 그것이 바로 국가보훈이라 생각된다.
국가보훈이란 나라를 위해 공훈을 세웠거나 희생하신 분들을 예우하고 그 은공에 보답함은 물론 그 분들의 애국충정을 오늘에 되살려 전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이것을 토대로 영광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훈이 곧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인 것이다.
조국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6월에 즈음하여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국가보훈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 국가보훈은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공헌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 우리 이웃에 사는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을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 나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자세, 자기에게 주어진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는 주인의식 등이 모두 국가보훈인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50돌을 맞는 현충일이다.
금년만큼은 온 국민이 나라사랑하는 한마음으로 조기를 게양하고 10시 정각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어보자.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그 분들의 애국충정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 비로소 우리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기사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