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배 성북구청장 ‘참여에서 자치로’ 마을민주주의 선도
김 영 배 성북구청장 ‘참여에서 자치로’ 마을민주주의 선도
  • 문명혜
  • 승인 2015.10.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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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민선6기 성북구의 비전을 듣는다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4년 여정의 민선6기가 정확히 3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는 지금 서울의 자치구들은 어떤 꿈을 꾸고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지난 민선5기를 돌아보면 다수의 자치구들은 지역특성에 따른 특화사업을 펼치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업들을 펼치며 거대한 트랜드를 형성시킨바 있다.

성북구는 민선5기 이름도 생소했던 사회적경제를 구정의 중심에 놓고 양극화 해소와 경제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고 사회적경제의 메카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새로운 트랜드를 주도했던 자치구였다.

본지는 민선5기에 ‘트랜드’를 이끌었던 성북구의 근황을 ‘탐문’하기 위해 성북구청 수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김영배 구청장은 지역에 위치한 고려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성북구청장 비서실장을 지낸 후 구청장 연임까지 성북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주-

 

 

사회적경제와 마을민주주의를 지방행정에 도입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독서가로 유명하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그의 집무실은 개인도서관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1년전 인터뷰 때 보다 더 많은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는 김 구청장은 앤서니 B 앳킨슨의 <불평등을 넘어>와 마이클 루이스, 팻코너티의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을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다며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다소 생경한 사회적경제와 마을민주주의를 주류행정에 도입한 것은 의심할 바 없는 독서의 힘임을 느끼게 하는 김영배 구청장에게 민선6기 성북구정의 비전을 들어본다.

 

-민선6기 성북구정을 맡은지 1년3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서 일을 할때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민선5기는 생활공동체, 복지, 주거재생 등 여러분야에서 참여자치의 개념이 도입되고 논란과 혼란을 겪은 시대의 전환기였다. 민선6기는 시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마을민주주의를 제도로 굳건히 정착시켜 민선5기의 실험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

-6년째 성북구정을 맡아오고 있다. 6년전 성북구와 현재의 성북구는 얼마나 변화했는지.

“6년의 변화를 모두 설명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우선 공립 초ㆍ중학교 전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이 이뤄졌고, 사회적기업 매출액이 107억원 정도로 성장한 것, 구립도서관 6곳을 신설해 구민들에게 지적욕구를 채워준 일들이 떠오른다.”

-민선6기 성북구정의 큰 목표가 있다면.

“참여에서 자치로, 주민의 힘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마을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싶다. 마을민주주의는 마을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마을이라는 생활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주민들 삶의 일반원리로, 행정의 기본원리로 구현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참여와 결정권한을 부여하고 진정한 주민자치를 완성시키겠다는 것이다.”

   
▲ 김영배 구청장이 민선6기 성북비전인 ‘마을민주주의’ 도입 배경과 실행체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선6기 성북구는 다소 생경한 마을민주주의를 추진하고 있다. ‘마을민주주의’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마을민주주의는 주민 스스로 자치역량을 길러 보육, 교육, 안전 등 주민들의 개인적 현안을 개인의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마을안에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성북구에서 마을민주주의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민선5기부터 추진해 온 인권도시, 마을공동체사업,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동복지협의체, 열린토론회의 등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여에서 자치로’가 핵심적인 내용인 마을민주주의는 단순히 주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갖는 것으로 주민의 힘으로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이루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한다.”

-민선5기 성북구의 아이콘이랄 수 있는 사회적경제와 마을민주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사회적경제는 마을민주주의 하부구조이며 콘텐츠로서 마을민주주의를 보다 튼튼히 하는 경제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OECD 34개 국가중 행복지수가 32위에 그칠 만큼 사회적 양극화, 저성장 고실업, 공동체 해체에 대한 불안감 등 상시적 위험사회에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을의 관계망 형성을 통한 공동체 회복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가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에서 발생한 이익이 주민들에게 나눠지고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고용없는 성장과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 성북구가 유니세프로부터 국내최초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김영배 구청장(좌측)이 인증서를 받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북구는 UN의 유니세프가 인증한 국내최초의 아동친화도시다. 아동친화도시가 된 이유와 제2, 제3의 아동친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사업은 199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고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30여개국 1300개의 아동친화도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성북구가 유일하다. 성북구는 민선5기때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3년간의 계획을 추진했는데 ‘어린이가 행복한 교육도시 성북’의 전략을 세우고 36개의 세부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2013년 11월20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다.

서울시 성동구를 비롯해 완주군, 전주시, 군산시, 구미시, 양주시 등 제2, 제3의 아동친화도시를 준비하는 전국의 지자체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존중하는 사회정착을 위해 더 많은 주민, 시설 종사자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많은 대화와 협업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

-얼마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가 구성되면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는데, 소감과 각오가 있다면.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미래의 주역이 될 아동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전국 27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9월14일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각 부서별로 나눠져 있는 아동돌봄체계, 저소득층 아동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아동복지체계 등의 문제를 회원 지자체와 협력해서 진정으로 아동이 살기좋은 도시를 늘려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각오를 갖고 있다.”

-요즘 서울시 곳곳에선 도시재생이 대세다. 서울시의 대표사업이랄 수 있는 성북구 장위동 도시재생사업의 진척현황은.

“장위동 도시재생사업은 작년 12월 서울시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4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지역특성에 맞는 기초인프라 확충과 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초기인 현재까지는 설문조사와 워크숍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향후 지역의 앵커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구립도서관, 부모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을 포함한 통합 ‘그린커뮤니티센터’ 건립부지는 사들였고, 앞으로도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주민들과 손잡고 사업을 진행시켜 나가겠다.”

   
▲ “대한민국의 미래는 독서에 있다”고 늘 강조하는 김영배 구청장(좌측 세번째)이 알뜰도서교환시장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성북동 역사문화지구사업의 진행상황과 구체적 사업내용을 설명해 달라.

“성북동에는 한양도성과 간송미술관, 선잠단지, 길상사, 심우장, 성락원 등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남아있어 거리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리며 2013년 11월에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성북동 역사문화지구 조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며, 2018년까지 조선생활사 거리와 박물관 클러스트를 조성하고 세계인이 향유하는 콘텐츠로 개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민원이 많거나 풀리지 않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은 무엇이며, 해결전망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월곡동 쓰레기 적환장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악취와 분진이 발생해 시설을 지하화하고 음식물쓰레기는 바로 반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인력을 고정 배치해 청결을 유지하면서 2017년까지 직반출 체계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청소차량 차고지로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0년째인데 현장에서 뛰는 지방자치맨으로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전략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처럼 지방사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쓸 게 아니라 국가의 활력을 불어넣는 큰 일에 전념하는 쪽으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가 재편돼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성북구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지.

“사람이 일을 하고 우수한 공무원들이 구정을 이끈다.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마을의 활동가 등 시민교육을 강화해서 ‘주체’를 형성하고 사람을 남기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대학원 수준의 질 높은 교육을 계획하고 있으며 교육받은 사람들은 성북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하는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다. 도서관, 문예센터 등 공유재산 확충과 정릉시장에 청년들의 허브를 만드는 등 유형의 재산 확충에도 전력을 다해 이뤄 나가겠다.”

-직원들과 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구청장이 되고 나서 업무량이 늘어나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구민들에겐 구정에 적극적인 참여와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말아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고, 아파트 공동체 ‘동행’을 이끄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전기를 아껴 경비원들의 처우개선을 이뤄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셨다. 그분들이 자랑스럽다.”

문명혜 기자 / myong5114@daum.net

 

 

김영배 민선6기 성북구정 1년 3개월
   
▲ 김영배 구청장(중앙)이 장위동 도시재생사업 지구를 둘러보며 사업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방정가의 ‘아방가르드’

 

김영배 구청장이 정치 아닌 예술을 했다면 틀림없이 아방가르드였을 것이다.

민선5기 이름도 생소한 사회적경제를 도입해 주변의 이목을 사로잡더니 민선6기엔 고대 희랍의 폴리스 데모크라시를 연상시키는 ‘마을민주주의’를 구정비전으로 내놓는 실험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김영배 구청장은 변화와 실험을 즐기는 기질을 타고 났음이 분명하다.

민선5기 그가 심혈을 쏟았던 사회적경제는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려도 무방할 듯 싶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성북구의 뒤를 따랐고 성북구에서만 107억원이 넘는 매출을 낸,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영배 구청장이 구상하고 있는 마을민주주의의 지향점은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통한 주민자치의 완성이다.

주민의 구정참여를 넘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게하는 구상으로, 구청은 우정있는 조력자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을 약속하고 있다.

마을민주주의는 현재 새로운 행정체제를 끌고 갈 공공분야 혁신과 민관협력 플랫폼 구축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고, 구민들의 결속감이 늘어나 공동체가 회복되는데 혁혁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북구는 아동친화도시 확산도 선도하고 있다. 유엔 유니세프가 인증한 국내 유일의 아동친화도시인 성북구는 전국의 27개 지방자치단체에 손을 내밀어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가 구성되는데 산파역을 해냈고 향후 아동들의 권리신장과 건강한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배 구청장은 지방정부의 존재이유를 공공성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여야 하며 선거는 구성원 전체의 희망이 돼야 하고 시민은 시민대로 주인다워야 진정한 정치가 실현된다고 믿고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요즘 아주 기분이 좋다. 자신의 구정이념이 투영된 ‘동행사업’이 들불처럼 번져 미담사례가 늘어나면서 성북구가 점점 휴머니즘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단지 에너지 절약 예산으로 경비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까지 이뤄내는 동행사업은 머지않아 성북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줄 특화사업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영배 구청장은 큰 꿈을 꾸고 있다. 성북동의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3년 후 조선생활사 거리를 완성시킨 후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만들어 성북경제 도약의 지렛대를 삼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투자여력.

번듯하게 꾸며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게 분명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종가집 서울시에 가서 손을 벌려야 할 판인데, 많은 구민들이 김영배 구청장의 ‘정치력’에 기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