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시 일어서는 ‘벤’들을 위하여
<기자수첩>다시 일어서는 ‘벤’들을 위하여
  • 최희주
  • 승인 2015.11.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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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

최근 극장가에서 꾸준한 입소문을 타며 누적 관객수 300만명이 훌쩍 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인턴>의 첫 장면은 프로이드의 명언으로 시작된다.

영화 <인턴>은 기업 부사장까지 지내다 은퇴한 70세 남성 벤(로버트 드니로)이 30세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며 생기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 벤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용하고 출근 첫날엔 노트북을 켤 줄 몰라 헤메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과는 도무지 맞지 않은 그저 70세 고령의 노인.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사람들에게는 없는 느긋함과 삶의 경험으로 다져진 지혜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CEO 줄스와 소중한 친구가 되어간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머지않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를 위한 대책과 노인 복지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인에게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가 아닐까.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도 노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동작구가 전국 최초로 초기 자본금 2억9000만원을 출자해 지역 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가칭)동작구 어르신 행복 주식회사’를 올해 설립키로 한 것.

동작구는 현재 설립초기인 만큼 먼저 청사나 공단, 문화복지센터, 공중화장실 등 청소업무를 대행하는 근로자 파견 사업을 우선 시행하지만 이후 수익성에 따라 사업 분야를 지역 내 공공기관이나 민간까지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내년까지 1억3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수익금은 문화와 복지 등 공익사업에 재투자한다.

‘(가칭)동작구 어르신 행복 주식회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 마련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에서 앞장 서 해결해 나가려는 움직임은 박수갈채를 받을만하다.

“올해 초 ‘아침에 눈을 떠도 삶에 희망이 없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는 이창우 구청장의 말처럼, 노인을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불편한 ‘잉여자원’으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벤’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