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동’이 위험하다
<기자수첩>‘명동’이 위험하다
  • 윤종철
  • 승인 2015.11.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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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기자들이 최근 국민안전처 소속 공무원들을 만나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붕괴, 화재, 침몰 등 곳곳에서 각종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새롭게 대형 사고가 터질 만한 곳을 예상해 본다면 어디냐(어떤 종류)는 질문이다. 어떤 기자는 다음 대형사고 발생 예상 지역으로 콘서트 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꼭 집어 말하기도 한다.

사실 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은 뒷북만 치고 있는 현 안전관리 체제를 비꼰 것이다. 사고가 터진 후에야 비로소 매뉴얼을 만들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에 바쁜, 늘 한결같은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미리 예상해 관리체계를 점검,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뜻도 숨어있다. 그간에 수집한 수많은 안전관련 데이터와 전문지식 등을 활용해 취약지점을 예상해보고 집중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말 하루에도 수 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 메카’ 명동 한 대형 음식점(고기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손님 중 일부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를 조사한 관할 중부소방서에서는 음식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덕트(공기 흡배기 장치)에 쌓인 기름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대형 사고들이 그렇지만 이번 화재도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사실 이 건물 덕트에 의한 화재발생 위험은 이미 해당 관할 소방서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었다.

덕트를 오래 사용하게 되면 덕트 안에 낀 기름때로 인해 불이 쉽게 옮겨 붙기 때문에 소방 당국에서도 화재 발생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기름을 태우다 보니 유독가스 발생도 일반 화재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방 제도상 덕트 관리는 권고 수준이지 강제 사항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해당 업주가 알아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업주 입장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덕트를 자주 청소할리 없다.

최근에도 덕트에 의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 청소를 명령한다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어떤 제제 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다. 완벽한 안전사각지대인 셈이다.

중구청 2013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명동 내 음식점은 451개로 대부분이 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음식점 중 대다수는 명동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오래된 전통있는 집들로 하루에도 수천 명의 국내외 관광객과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얼마든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는 셈이다. 덕트에 대한 소방 제도 개선과 제대로 된 전반적인 점검이 시급한 이유다.

앞으로 이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감히 다음 대형사고 발생지역은 명동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