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올바른 길은 반드시 한 점의 본마음을 가져야 가능해
<시청앞>올바른 길은 반드시 한 점의 본마음을 가져야 가능해
  • 시정일보
  • 승인 2015.11.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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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交友(교우)에는 須帶三分俠氣(수대삼분협기)하고 作人(작인)에는 要存一點素心(요존일점소심)이니라.

이 말은 ‘친구를 사귈 때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의협심을 지녀야 하고 사람이 되는 길에는 반드시 한 점의 본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이다.

키케로가 말하기를 “우정에 대해서는 다른 사물에 있어서와 같이 싫증이 난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오래 계속될수록 좋은 법이다. 마치 오랜 시간을 보낸 포도주처럼 달콤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며 세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정을 다하기 위해서는 함께 여러 말의 소금을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우정은 함께하지 않으면 영속되지 않는다. 아픔을 함께 하고 기쁨이며 슬픔까지 함께 해야 그 진액을 건져 올릴 수가 있다. 함께 보지 않는 우정에는 진액이 걸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대가 입고 있는 옷처럼 껍질뿐인 경우가 많다. 껍질로서의 우정은 오히려 화사하게 보인다. 감미롭게 느껴지며 피부에까지 와닿아 그 느낌을 한결 강하게 해 준다. 그러나 알맹이는 없다. 땅콩껍질 속의 땅콩만한 우정도 참으로 맛 볼 수가 없다. 그 껍질 속에는 한점의 본 마음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아파트의 열쇠나 자동차의 열쇠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땐 끄집어 내어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하릴없이 자신의 깜깜한 호주머니 속에 가두기를 좋아한다.

작금에 들어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생을 바꿔치기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하나고는 자사고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정부가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선발 등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학교다. 학생선발에 자율성이 주어졌다 해서 합격선에 미달한 학생들을 학교 마음대로 합격시켜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신입생 선발과정의 공정성은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되는 것이 절대가치이다. 학교의 점수 조작으로 불합격 처리돼 침해받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신적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이 학교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라 국가계약법상 사립학교 수의계약은 추정가격 5000만원 이하의 용역계약에만 적용되는 데도 하나고는 수년간 10억원이 넘는 여러 건의 계약을 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시설관리회사에 몰아줬으며 그 규모가 1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은 이사회 임원의 학사행정 개입을 엄격히 금지한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학사행정에까지 무단 개입했다. 한마디로 학교를 민간기업 경영하듯 재단 멋대로 운영해왔다는 말이다.

검찰은 사학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