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당신은 어느 대학을 선호하십니까
시정칼럼/당신은 어느 대학을 선호하십니까
  • 시정일보
  • 승인 2015.12.03 16:37
  • 댓글 0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요즘 노인들 사이에 노년생활을 대학에 비유한 말이 유행하고 있다. 노인들이 다니고 싶지 않은 대학과 꼭 다니고 싶은 대학이 있다. 그중에서 ‘해병대’가 가장 명문대라고 한다.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 나가는 노인들은 ‘서울공대’ 다닌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네 경로당에 나가면 ‘동경대’, 부부가 경로당에 나가면 ‘부경대’, 전철과 국철로 시간을 보내면 ‘전국대’. 그럼 ‘연세대’는 무슨 뜻일까? 연금으로 세상 구경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대학, 고상하게 여행을 다니면 ‘고려대’, 서로 위로하며 강하게 살면 ‘서강대’, 건강하면서 국민연금으로 살면 ‘건국대’라고 한다.

또 있을까. 노후에 아니 바로 지금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을까? “요즘 뜨는 최고 명문대는 ‘해병대’즉 해피하게 평생! 병 안 걸리는 대학이란다. 대한민국 모든 노인들이 해병대를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해 본다.

어느 노인의 한숨 소리를 들어 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은 가지 않는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 버린 노인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 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 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했든 들 무엇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일지도 모른다. 몸은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 하더이다.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호수 같은 마음으로 과거엔 부모들이 자식에게 전 인생을 투자하고 노후를 보장 받았다.

그러나 이젠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아니라면 자신이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져야할 시대다. 아직도 연금타고 퇴직금타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자식에게 결혼비용, 사업자금, 취업자금 다 털어주고 빈 털털이가 된 부모들이 길거리에 내 몰리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늙어지면 대다수의 노인들은 비참한 꼴이 되고 만다. 언제까지 살지 모를 이모작 인생, 노후대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불행한 노후 생활을 맞게 된다. 이제라도 스스로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캐나다 퀸스대 크리스틴 오버롤의 저서 ‘평균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만난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평균수명 120세, 그때만 해도 인간들의 희망사항으로 여겨져 웃고 말았다. 근데 최근 보험회사들이 쏟아내는 ‘100세 보장’ 광고를 대하면서 필자도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100세 시대의 리스크’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위험(risk)을 경고하기에 이른 것이리라. 그 리스크가 바로 이것이다.

첫째 돈 없이 오래 살 때(無錢長壽), 둘째 아프며 오래 살 때(有病長壽), 셋째 일 없이 오래 살 때(無業長壽), 넷째 혼자되어 오래 살 때(獨居長壽) 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새로운 “해병대“ 선호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이들 리스크를 보며 오버롤이 예고한 대로 100세를 산다는 것이 무조건 환호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다운 삶의 품위를 상실한 채 은퇴 후 마지막 몇 십 년 세월을 명줄만 유지한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재앙임이 분명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게 인생이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