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초구 나비플랜
기자수첩// 서초구 나비플랜
  • 이승열
  • 승인 2015.12.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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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서초구의 ‘나비플랜’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제시한 서초구의 ‘장기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서초구가 지도에서 나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서 따온 이 이름에는,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서초구의 작은 날갯짓이 서울을 넘어 전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0년 간 서초구의 장기 개발계획이 없었다”면서 “나비플랜은 서초구를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초구 나비플랜은 △양재 R&D혁신클러스터 조성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외곽 이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양재 R&D혁신클러스터 조성은 양재·우면동 지역을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대규모 연구개발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며, 고속터미널 이전은 40년 전에는 외곽이었지만 이제는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고속터미널을 이전해 복잡한 이 지역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구상이다.

조은희 구청장이 가장 큰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교통 혼잡과 공해를 유발하는 구간으로 전락한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한남IC~양재IC)을 지하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실현된다면 교통량이 지상과 지하로 분산돼 고속도로의 원래 기능이 회복되고 동서로 단절됐던 생활권이 연결된다. 대심도 저류배수터널은 강남대로의 상습적 침수를 막기 위해 대심도 터널을 설치한다는 것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된 계획이다.

이 중 서울시가 ‘도심형 R&D혁신지구’로 지정해 육성하기로 한 양재 R&D혁신클러스터 구상을 제외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속터미널 이전을 위해서는 부지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서초구는 양재시민의 숲 지하공간에 부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상지가 공원부지인 탓에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으며, 땅 주인인 서울시와 인근 주민들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역시 최근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도로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가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공공기여를 활용해 공사비용을 댈 수 있다는 계획도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단체장이 자치단체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을 뭐라 나무랄 수는 없다. 단지 이름을 알리거나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에 대해서 공무원과 구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야만이 비전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구청장이 바뀌더라도 정책과 사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