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뺏느냐 뺏기느냐
기자수첩/뺏느냐 뺏기느냐
  • 李周映
  • 승인 2015.12.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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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각 자치구마다 다음 해의 예산을 심의하기 바쁘다. 

예산은 집행부가 한 해의 예산을 책정해 오면 의회에서 심의하고 방망이를 두드려 결정난다. 한 해의 살림살이를 결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각 자치구에서 구와 구민 전체를 위한 예산을 계획하고 심의하는 것이라니 그 부담의 무게는 오죽 할까. 

그러나 한 해를 잘 살아보고 구민을 위한 예산을 집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은데 집행부와 구의회의 시소게임은 전쟁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뺏기느냐 뺏기지 않느냐의 처절한 싸움터를 연상시킨다. 

매년 진행되는 이런 과정 중 각 자치구의회에서 칼을 빼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신문에 관련된 예산이다. 

해마다 신문과 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며 신문을 구청에서 구독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지역 언론에 대해 기자의 현장취재 출석 횟수를 체크해야 한다거나 기사의 특성이나 내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면의 할당량만을 체크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들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한다.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따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잘못된 관행을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각 구청에서 구독하는 구독료에 대한 의존도가 있는 만큼 언론의 중요한 비판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언론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함에 동의한다. 

그러나 해마다 신문예산으로 압박하는 듯한 모습은 이것도 역시 ‘언론 통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올바른 방향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각각의 구의원들의 호불호에 의해 각각의 신문을 평가하거나 예산을 정리하라고 집행부에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예산 심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예산심의 권한을 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역할보다는, 언론을 들었다 놨다 하거나 입맛에 맞도록 길들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마저 느끼게 한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경제적 독자성을 띠지 못하고 구의 구독료를 받는 것은 자성해야 될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언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또한 지역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언론인이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믿는다. 

자치구의회가 가지고 있는 예산에 대한 권한이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 언론과 함께 한발 한발 지역발전을 위해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상생의 역할을 해내는 관계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