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모든 것을 바꿔 보자
<시정칼럼> 모든 것을 바꿔 보자
  • 시정일보
  • 승인 2016.01.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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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어느새 또 한 해가 저물어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한 해 계획했던 일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후회 없는 생활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한 해를 살아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관계와 관계 속에서 열심히 희로애락 안에 살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내 온 나날 속에서 진정 마음으로 웃으며 행복을 느꼈던 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고 했다. 만족과 기쁨을 누리는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엘(Rothwell)은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과 건강·재산·인간관계 등의 생존 조건 그리고 야망·자존심·기대 등 고차원 상태를 포함하는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행복의 기준과 조건은 각 개인마다 다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다.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기적인 누림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함께 하는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관한 명언 중에 “한 시간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하루를 행복하려면 낚시를 하고, 한 달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일 년을 행복하려면 상속을 받고, 평생을 행복하려면 베풀어라”는 말이 있다. 
작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본다. 특히 해마다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지만 나눔으로써 함께 하는 행복은 경험하지 않은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소중한 선물과 같은 기쁨이며 감동이었다. 그러나 남에게 줄 것이 있으면 요청이 있기 전에 주어라. 요청을 받은 후에는 반밖에 주지 않은 셈이 된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난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은 지상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한다.

유엔이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춰 미국 갤럽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143개 나라 중 118위에 그쳤다.

그리고 ‘삶의 질’과 관련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최근의 각종 수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낮은 청소년 행복지수,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사회복지, 저출산율 1위,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가계부채율 1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노동시간 1위, 산재 사망률 1위, 건강만족도 꼴찌 등 이른바 ‘헬(hell) 조선’ OECD 50관왕이 그것이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와 재벌 체제의 한계,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은 현저하게 약화됐다. OECD 선진국, 국민총생산 10위권의 경제대국, 해외무역 8위, 올림픽 종합순위 10위 이내 등 최근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을 나타내는 종합 순위에 비하면 복지수준은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수치는 결국 성장제일주의는 온 국민의 희생으로 소수의 재벌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람들을 일등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면서 가족·친족 간의 우애, 친구 간의 우정, 이웃에 대한 배려, 사회적 결속 등 공동체적 가치를 철저하게 파괴해 모두가 외로운 외톨이 사회로 만들었다. 그래서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타락을 가져왔다.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이 행복해지지 않고, 더욱이 성장제일주의로도 경제성장조차 안 된다면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공동체적 사회안전망이 붕괴되고 성장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 이대로는 ‘헬 조선’의 길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정치도 바꾸어야 한다. 우선 국민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더불어 행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고 뿌려진 씨앗마다 싹이 나고 열매 맺어 충만한 기쁨과 감사, 행복이 가득 넘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