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 못 잡는 ‘서우얼’
제 자리 못 잡는 ‘서우얼’
  • 시정일보
  • 승인 2005.06.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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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식 기자


서울의 중국어표기가 한성(漢城·중국발음은 한청)에서 ‘수이(首爾·서우얼)’로 바뀐 지 다섯 달이 돼 간다.
한성에서 서우얼로 표기를 변경한 이유는 서울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하고, 으뜸가는 도시라는 뜻이 있어 수도로서 서울의 의미를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 1946년 8월 서울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이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서울을 사용하는데도 유독 중국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는 옛 명칭인 한성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그러나 서우얼은 중국이 생각하는 ‘조선은 자신의 속국(屬國)’이며, 한성은 속국이던 조선의 수도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고쳐야 할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서울시의 노력으로 서우얼은 제법 쓰이는 곳이 많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와 홍콩 명보(明報), 대만 중앙통신사, 중화항공 등이 그동안의 한청을 서우얼로 바꿔줬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만은 정부차원에서 서우얼을 공식명칭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13억 중국은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우얼 명칭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신문들도 인용기사인 경우에만 서우얼을 표기하는 실정이다.
며칠 전 한 자치구 사무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훨씬 상황이 복잡하다. 이 사무관은 중국 북경시 회유구(懷柔區) 방문단과 공동선언문을 작성하다 서울의 중국어표기를 놓고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기 전 회유구장이 ‘서우얼’이란 문자를 발견하고 서명을 거부하더란 것이었다. 회유구장은 ‘서우얼’이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명칭이어서 ‘서우얼’로 할 경우 문서자체가 무효가 되고, 자신도 당에서 지적당한다는 말이었다.
서우얼은 그러나 자기 땅인 서울에서도 널리 쓰이지 않았다. 더욱이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중국어인터넷서비스를 13곳 중 6곳만 ‘서우얼(首爾)’로 표기하고 있었다. 종로·중·성북·구로·동작·서초구가 그 곳이다. 나머지는 옛 방식인 한청(漢城)을 사용했다.
서우얼이 서울의 공식 중국명칭으로 바뀐 지 5개월. 서우얼은 아직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홍보역량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고, 자치구는 무관심하다. 서울시장 임기만료와 동시에 폐기처분되지 않을 ‘서우얼’이라면 서우얼 정착에 모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