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공원 VS 박정희 기념공원
역사문화공원 VS 박정희 기념공원
  • 윤종철
  • 승인 2016.01.21 15:06
  • 댓글 0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과거 우리 역사 속에서 소수의 권력자들의 싸움에 항상 고통 받아 온 다수 백성들의 마음을 이 말만큼 훌륭히 표현하고 있는 말이 없지 않았나 싶다. 

‘대의정치’라는 현재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누리예산 갈등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그렇고 단일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동화동 공영주차장 건립 및 공원 조성’ 사업 역시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민들의 요구는 생략되고 너무 고래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사업은 좁은 골목과 건물이 밀집돼 있는 이 지역에 주차 공간을 확충하고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사업의 본질은 어디가고 싸움은 공원 이름만을 놓고 벌어졌다.

해당 구청은 인근에 있는 박정희 가옥을 포함하는 ‘역사문화공원’을, 일부 의원들은 이를 ‘박정희 기념공원’이라며 막아섰다.

한 지역에서 비롯된 이 싸움은 “아픈 역사지만 5.16쿠데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게 하는 길이다”는 입장과 “쿠데타 모의 현장치고는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곳에 공원까지 조성하는 것은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행위다”라는 입장으로 갈려 순식간에 고래 싸움으로 번졌다.  

이렇게 ‘역사문화공원’이냐 ‘박정희 기념공원’이냐를 두고 벌어진 지루한 싸움은 3년간이나 이어졌다.

공영주차장 건립과 공원 조성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도 지난 3년 동안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은 벽돌 하나 쌓지 못했으며 공원 조성을 위한 나무 한그루 심지 못했다. 주민 1만800명의 동의를 받아 제출한 ‘사업 조속 추진 청원의 건’은 당연 무시됐다.   

결국 애꿎은 주민들만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주차장 부족으로 인근 지역으로 흩어져 월 17만원의 공영주차장을 마지못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싸움에서 정작 지역 주민들은 목소리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해당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역사문화공원’이냐 ‘박정희 기념공원’이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주차공간 확보와 숨 쉴 공간 마련이 더욱 시급한 문제다.

다소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이다. 오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 싸움만 벌이고 있는 고래들이 더 이기적일 것이다.

다행히 올해는 84억의 예산이 배정되면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박정희 기념공원’이라는 논란이 또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민의 혈세가 투입된 상황에서 또다시 싸움에 휘말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논란에 대해서는 ‘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되는지 ‘박정희 기념공원’이 조성되는지에 앞으로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견제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구민들이 뽑아준 구의원들이 정작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