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통하는 능력과 공감하려는 자세
기자수첩/ 소통하는 능력과 공감하려는 자세
  • 이승열
  • 승인 2016.02.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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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미국의 작가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는 21세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의 조건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까지는 논리와 이성을 앞세운 좌뇌형 재능이 세상을 이끌어 왔다면, 앞으로는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인간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우뇌형 사고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견한다.

저자는 새로운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예술적·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하이콘셉트), 공감을 이끌어내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능력(하이터치)을 제시한다. 산업화시대와 정보화시대를 거쳐 ‘하이콘셉트·하이터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감’의 능력이다. 공감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바야흐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시대다. 주변에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SNS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바쁘고 삭막하고 메마른 시대, 소통과 공감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시대에서 SNS는 그 틈을 메워주는 소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많은 정치인들도 SNS에 열중이다.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소통’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보면 대부분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무슨 행사에 참석했고, 어떤 중요한 사람을 만났고 하는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은 SNS의 가장 중요한 단골이다. 많은 게시물에서 ‘감동’은 느낄 수 없다.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도 머리 속에는 ‘홍보’가 앞서 있는 탓이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찾기 힘들다. 원인은 그 능력이 없는 차원을 넘어 ‘공감하려는 자세’가 아예 안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얘기할 테니 너희는 듣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미리 질문 순서를 정하고 정해진 질문만 받은 청와대의 ‘연극’이나,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하겠다”면서 호소문을 발표하고서도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나가버린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브리핑과 같은 꼴불견이 발생하는 것이다.

설 명절 연휴가 지나면 정치권에서는 나름대로 국민들로부터 들은 설 밑바닥 민심을 전할 것이다. 짐작컨대 여당은 국정 비협조로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있다며 야당을 탓할 것이고, 야당은 국정운영 능력은 잃은 채 남탓만 하고 있다며 청와대를 비난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매번 자기 편 민심만 듣는 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설에는 제발 정치권이 ‘상대편 얘기도 듣고 공감하려는 자세’를 가져보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