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으로 인한 손해 스스로 알 수 없어
악행으로 인한 손해 스스로 알 수 없어
  • 시정일보
  • 승인 2005.06.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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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善(위선)에 不見其益(불견기익)은 如草裡東瓜(여초리동과)하여 自應暗長(자응암장)하며 爲惡(위악)에 不見其損(불견기손)은 如庭前春雪(여정전춘설)하여 當必潛消(당필잠소)니라.”
이 말은 ‘착한 일을 하고서도 그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풀 속에 난 동아처럼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악한 일을 하고서도 그 손해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뜨락의 봄눈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녹아들기 때문’이라는 의미이다.
단테는 그의 신곡에서 가을의 나뭇잎이 하나 또 하나 떨어져서 땅을 온통 뒤덮어 버리듯이 그렇게 아담이 뿌린 악의 씨도 하나 또 하나 그 기슭을 떠나간다고 애통해 했다. 세상이 점점 비대해지는 만큼 악은 그 영역을 더욱 넓힐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악이란 원래 선의 피부였다. 선의 핏줄과 뼈와 위장을 감싼 그의 시종 무관이었다. 그러던 것이 하루 아침에 선은 그의 피부인 악에서 도망쳤다. 악의 귀찮은 시중이 싫증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악은 그의 내부를 찾기 위해 방황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무척 온순하였으나 때로는 무척 저돌적이기도 한 그의 방황이 계속되는 동안 인간들은 그들 선과 악을 원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악은 선의 산파’란 말처럼 우리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케 해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작금에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노동부 소관 5대 보험의 운영 실태를 보면서 우리는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나 근로자들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거둬들여 마치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인 것처럼 방만하게 사용했다는데 우리는 더욱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기금 적립액이 지난해 말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고용지출규모가 2조3741억원으로 4배에 달해 적정규모로 여겨지는 2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특히 고용주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산재보험은 적자가 발생하면 그대로 기업부담을 늘려 메울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정부는 고용보험 등의 마구잡이 징수와 방만한 지출을 막을 수 있는 운영체계를 철저히 검증 재정비해 일대 쇄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무작위를 대상으로 마구잡이식으로 거둬들여 방만하게 사용하는 건 분명 악행이며 이렇게 하는 사람들은 이것 자체가 악행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데 더욱 놀라울 따름이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