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학교 밖 청소년’ 36만명,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시정칼럼>‘학교 밖 청소년’ 36만명,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16.02.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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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선생님, 죽어도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가출 청소년 3명과 함께 4개월째 쪽방 생활을 해 온 은미(가명)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은수는 새 어머니·이복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강했다. 다소 폭력적 성향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중학교 3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매스컴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었고 요즘은 TV, 신문 할 거 없이 읽고 듣게 되는 용어가 되었다. 그만큼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국가로 접어들고 있고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으면서 이미 성장해서 사회원동력의 밑거름이 될 청소년들을 학교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은미처럼 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게다가 그 학생들 중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7만 명으로 추산된다.

학업중단 청소년의 범죄율은 약 24%로 재학생(0.7%)의 34배에 달하고 있어 범죄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특히 중학교 학업 중단 청소년 범죄율은 재학생 범죄율 0.95%의 37배 이상으로 어린 나이부터 범죄에 노출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년정책연구원 통계기준)

지난해 3~4월 적발한 35개 폭력 서클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서클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담하고 있었다. 자립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비행과 범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안전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됐다.

이들 ‘학교 밖 청소년’들 대부분이 재활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낙오자’로서 사회에 편입된다. 기술이 없고 저학력이라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들에게 허용된 일자리라곤 시급 5000원짜리 편의점, 주유소,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가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절도나 폭력, 성매매 등의 탈선과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가족과 학교와 사회가 이들의 보호막이 되어 주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자살하는 청소년이 97년 IMF 당시 908명에서 2004년에 2560명으로 급증한 것을 보아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기 청소년’ 문제를 외면하고 방치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이하 학평)을 비롯한 대안학교들은 학업중심 교육과정을 탈피하고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교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다시 학업을 시작하거나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데 필요한 맞춤교육을 받기도 한다. 본교 역시 조리를 비롯해 제과제빵, 피부미용, 비보이, 실용음악 등의 특성화교육을 운영하여 학교 밖에서 떠돌던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데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가능성과 함께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에도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향상과 국가적 차원의 지원 확대, 학교 밖 배움터 현장의 질적, 양적 성장 등을 바탕으로 향후 학교 밖 청소년 문제해결에 대한 전망을 해본다면 바로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대안교육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확대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특기와 적성을 살린 다양한 교육방식과 대안적 학교 밖 배움터별 특성화 전략과 맞춤형 활동 및 새로운 체험학습프로그램이 증가시키고 대안교육 법제화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법률안의 시행 등에 대한 지속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로부터 공식적 지원을 받는 학평 및 대안학교 수의 지속적 증가로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과 신뢰감이 향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밝아지려면, 낙오하는 학생 1명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조세핀 본(Josephine Bourne) 유니세프 교육차장의 말처럼 평등한 교육 기회는 사회를 평등하게 만든다. 그리고 양질의 교육은 경제 발전을 이끈다. 학교 밖 청소년을 가르치지 않으면 국가는 물론 전 세계 불평등이 심화된다. 이는 빈곤한 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이라도 공교육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그 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다. (성지중고등학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