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욕망의 길은 가시덤불과 진흙탕이 도사리고 있어
<시청앞>욕망의 길은 가시덤불과 진흙탕이 도사리고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16.02.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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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을 보면 보잘 것 없는 집안의 한 청년의 끝없는 욕망의 길로 달려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권력과 금력 그리고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의 야망에 불타는 목수의 아들 줄리앙은 그가 비서로 들어간 후작 집 딸을 유혹하여 그녀와 약혼을 하게 된다. 그 덕택으로 귀족칭호까지 받게 된 줄리앙은 결혼식을 앞두고 장애물로 등장한 옛 애인을 죽이려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는 이야기다. 욕망의 길로 발을 내딛으면 가시덤불과 진흙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이다.

작금에 들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의 재정누수 실태와 관리방안' 보고서에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허위ㆍ과잉진료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불법으로 타낸 진료비가 최근 7년 동안 8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이 적발한 사무장병원은 2009년 6곳에서 지난해 212곳으로 불과 7년 새 36배나 급증했다. 이들 사무장병원이 부당청구 한 금액 역시 2009년 3억4700만원에서 2011년 576억원, 2013년 1192억7900만원, 2015년 2164억원으로 치솟았다. 모두 합치면 8119억7000만원에 달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취약한 건보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암적인 존재다. 불법 의료기관 운영자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으로 엄히 다스리고 징벌적 환수금제도와 의사면허 대여로 사무장병원을 방조한 의료인과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