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찌 잊을까
<기자수첩>어찌 잊을까
  • 최희주
  • 승인 2016.02.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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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여기가 지옥이다”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이 말은 영화 <귀향>의 위안부 소녀의 목소리다.

어제 개봉한 영화 <귀향>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귀향(歸鄕)이 아닌 ‘귀신이 집으로 돌아간다’는 귀향(鬼鄕)을 뜻한다. 올해 제97주년 3.1절을 앞두고 개봉한 귀향은 7만5000여명의 국민들의 후원금으로 14년만에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43년, 천진난만한 열네 살 소녀 정민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정민은 함께 끌려온 영희와 수많은 소녀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일본군들의 만행과 하루하루 끔찍한 고통과 아픔만이 존재할 뿐이다.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옥같던 삶을 비춰주며 1991년을 사는 어린 무녀가 타국에서 숨진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을 고향으로 데려오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울분과 눈물, 애절함이 묻어나는 이 영화는 우리가 위안부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준다.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일본과 진행한 한일협상을 성과라고까지 칭송하고 있다. 일본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없이 애매모호한 문구와 함께 단순히 10억엔이라는 배상금 합의에 동조한 박근혜 정부는 ‘한일협상 무효’를 주장하며 들끓는 국민들의 여론을 인식하고 각성했으면 한다.

이제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는 44명에 불과하다. 영화 ‘귀향’을 만든 조정래 감독은 “많은 일본인들이 위안부 피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하지만 증언집에 학살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이 남아있다. 위안부 증언집은 죽음의 기록이다.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말한다. 이 영화를 만들고 시사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화가 나는 말이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은 증거로 취급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내 영화가 문화적 증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역시 이와 같은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또한 매년 3.1절이 되면 지자체나 관련 단체에서는 태극기 행사, 만세삼창, 독립운동 퍼포먼스, 플래시몹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3.1절을 맞아 잠시나마,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마음에 새기는 것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소명이지만, 매년 의례적인 행사의 반복이 3.1절의 이미를 되새기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올해 3.1절 만큼은 위안부라는 아픈 역사를 모두 함께 돌이켜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