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선진화법 개정 시급성 보여주는 필리버스터
<사설>국회선진화법 개정 시급성 보여주는 필리버스터
  • 시정일보
  • 승인 2016.03.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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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로 맞불 놓아 모든 의안의 심의가 정지됐다. 선진화법이 가로막다시피 한 직권상정 첫 사례가 선진화법이 부활시킨 필리버스터에 의해 차단되며 필리버스터가 소수 정파의 의견 개진 기회를 넓혀주는 차원을 넘어 국회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며 결국은 국회를 정상궤도에서 이탈시켰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 소수당이 무제한 연설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게 한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 수단으로 제한 없는 토론이다.

우리나라는 국회 선진화법 제정에 쟁점 심의과정의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며 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에 국한하고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5분의 3으로 가중하는 한편 소수 의견의 개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1973년 1월 폐지한 필리버스터 조항을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에 재도입해 이번에 처음 적용됐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 스페인어 ‘약탈자’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지만 1854년 미 상원에서 현재의 정치적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다 자리를 이탈하거나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하면 발언권을 곧바로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미국 의회에서는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낯설지 않지만 우리에겐 낯설은 것이 사실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래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다수결 원칙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식물국회로 전락, 제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가운데 임기마지막을 앞두고 필리버스터까지 진행되면서 다수결 원칙을 거듭 허물고 있어 국민이 선거로 뽑아준 숫자와 의결권마저 무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필리버스터도 소수 정파 배려라는 긍정적인 취지도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그렇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이번에 완전 실증한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면서 국민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더욱이 시급한 현안 문제가 산적한 시기에 필리버스터로 국회 공전 상태를 계속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여야는 하루속히 국회 마비를 풀고 테러방지법을 비롯 북한인권법과 노동개혁 4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을 합의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금의 기네스북 갱신 경쟁 같은 필리버스터 등 국회의 모습을 보며 국회에 계류 중인 선진화법 개정의 시급성이 다시 한 번 입증 됐으며 여야는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하루속히 처리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국회 마비상태가 지속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