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편지
시정칼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편지
  • 시정일보
  • 승인 2016.03.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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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나라도 하루 평균 페이스 북 사용자가 4-5명 중 1명꼴 이란다. 페이스 북 하나만 갖고도 이럴진대, 카카오 스토리, 싸이월드 등 SNS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가히 위협적이다. SNS는 이제 남녀노소, 국가의 경계를 넘어 가장 사랑받는 온라인 소통 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이 SNS가 소통이 아니라 고부, 가족 간의 갈등을 부르는 통로가 되고 있다. SNS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 노년층의 공동 관심사가 되면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상히 알게 되고, 지나치게 자주 연락을 하기 때문에 며느리가 SNS를 그만두는 식이란다. SNS가 소통 망이 아니라 갈등의 통로가 되고 있다.

  며느리가 식당의 음식을 사진으로 올리면 “맛있겠다. 어디 식당이니?”하고 가장 먼저 댓글을 올리는 사람이 시어머니이고, 멋진 관광지의 사진을 올리면, “언제 갔니?”하고 즉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시어머니란다. 

사실 시어머니의 경우 나쁜 의도가 아니고 젊은 세대들, 젊은 가족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가까이 다가가 소통을 해보겠다는 의미로 SNS를 하는 것이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선지가 모두 드러나는 것 같아서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젊은 사람들은 활동 영역과 관계망이 넓지만, 나이든 부모들은 주로 친구와 가족으로 한정돼 있어서 자식의 행동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SNS 같은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사실 SNS는 굉장히 유용한 사회적 관계망과 소통의 통로임에 틀림없다. 시공간의 거리를 잊고 외국에 있는 손 자녀나 친척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시시콜콜한 대화나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이모티콘 하나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수도 있고, 카톡을 읽었다는 흔적이 보이는데도 답변이 없으면 “날 무시하나?” 오해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SNS로 인한 갈등을 줄이려면, 소통의 통로로 다른 채널을 활용하는, 즉 전화를 하거나 직접 대면 것이 좋을 것이다.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 카톡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주고받은 글이 화재가 되고 있다.

  # “아버님 어머님 보세요. 우리는 당신들의 기쁨조가 아닙니다. 나이 들면 외로워야 맞죠. 그리고 그 외로움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고요. 자식 손자며느리에게서 인생의 위안이나 기쁨이나 안전을 구하지 마시고 외로움은 친구들이랑 달래시거나 취미생활로 달래세요. 죽을 땐 누구나 혼자입니다. <중략> 그리고 전화를 몇 개월에 한 번을 하든, 1년에 한 번을 하든 아니면 영영 하지 않아도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 하세요. 그것 가지고 애들 아빠 그만 괴롭히세요! 마지막으로 이번 설날에 승*이랑 병*이 데리고 몰디브로 여행가니까 내려가지 못해요. 그렇게 아시고 10만원 어머니 통장으로 입금해 놓았으니 찾아 쓰세요.”

  # “고맙다. 며느라. 형편도 어려울 텐데 이렇게 큰 돈 10만원씩이나 보내주고. 이번 설에 내려오면 선산판거 90억하고 요앞에 도로 난다고 토지 보상받은 60억 합해서 3남매에게 나누어 줄 댔더니. 바쁘면 할 수 없지 뭐 어쩌겠냐? 둘째하고 막내딸에게 반반씩 갈라주고 말란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니? 여행이나 잘 다녀와라. 제사는 이 에미가 모시마.”

  # “헉! 어머니 친정 부모님한테 보낸 메시지가 잘못 갔네요. 친정에는 몰디브 간다고 하고서 연휴 내내 시댁에 있으려고 했거든요 헤헤^^ 어머님 좋아하시는 거 잔뜩 사서 내려갈게요. 항상 딸처럼 아껴 주셔서 감사해요~♡ Ps. 오늘은 어머님께 엄마라고 부르고 싶네요. 엄마 사랑해.” 

# “사랑하는 며늘아!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운데 이걸 어떡하면 좋니? 내가 눈이 나빠서 만을 쓴다는 게 억으로 적었네. 선산판 거 90만원, 보상받은 거 60만원해서 제사 모시려고 장 봐 놨다. 얼른 와서 제수만 들어다오. 사랑하는 내 딸아. 난 너뿐이란다!” 

뭔가, 웃기며 슬픈 이야기 같지만 젊은 며느리 잔머리 굴려 봐야 늙은 시어머니의 지혜를 따를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둘러보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더 심하다. 그러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부터 먼저 챙기면 상대방이나 자신에게 훨씬 더 관대해질 수 있다. 오직 강한 사람만이 상대방에게 관대할 수 있다.(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