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의회의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기자수첩/ 시의회의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 문명혜
  • 승인 2016.03.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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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3.1절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본관 정문앞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과 김문수 교육위원장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현수막 아래서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이벤트를 열고 범국민운동 출범을 선언한 것.

서울시 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일선학교 배포 예산 지급을 두고 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일제에 대한 독립의지를 불태웠던 3.1절을 앞둔 시점이어서 필사본 제작 이벤트는 취재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박래학 의장과 교육위원들은 친일인명사전 보급을 막고 있는 교육부와 일부학교 교장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단상에 올라 친일인명사전을 베껴쓰며 필사본 제작 동참을 호소했다.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범국민 운동은 사전에 수록된 친일인원(4389명)과 같은 대한민국 국민 4389명을 모아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당사자인 일본은 우리에게 복잡미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메이지 유신으로 단일대오를 이룬 후 근대화와 군비확장에 나서 러시아를 무너뜨리더니 한반도를 병합해 우리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나라.

해방 후 7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독도를 자기땅이라고 우기니 우리 국민들이 도저히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이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영향아래 짜여진 한미일 군사동맹의 일원이 된 이상 일본을 마냥 ‘원수’로 대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반일감정과는 별개로 일본을 ‘적성’으로 대할 수 없었고 반일감정의 임계점을 관리할 수 밖에 없는 게 역대정부의 숙명이었다.

북핵사태로 야기된 한미일 군사공조 강화 필요성은 한국 정부에게 위안부 문제 타결을 압박했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합의했지만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여론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반일감정의 뿌리가 너무도 깊다.

친일을 단죄하지 못한 국민적 자존심과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일본 우익정치인들의 망언, 독도문제 등으로 바뀌지 않는 반일의 국민감정, 일본과 손잡을 수 밖에 없는 국제 정세.

서울시의회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은 해방후 7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딜레마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