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지나간 과실을 뉘우쳐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시청앞/ 지나간 과실을 뉘우쳐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6.03.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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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圖未就之功(도미취지공)이 不如保已成之業(불여보이성지업)이요 悔旣往之失(회기왕지실)이 不如防將來之非(불여방장래지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을 꾀하기보다 이미 이루어 놓은 일을 잘 보전하라. 지나간 과실을 뉘우치는 것으로 다가올 잘못을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격언에 사람은 과실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인간의 태어남 그 자체가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말일 수도 있다. 우리들의 살고 있는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많은 과실을 범하며 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법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다시 형벌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으며, 거기에 양산된 죄수 혹은 전과자 등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하면 어쩌면 법이란 것이 만들어진 자체가 과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숱한 생각을 하는 중에서 때로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저지르는 과실 중에서 가장 큰 과실이 자기 자신의 과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일 것이다. 확실한 과실 앞에서는 보다 확실한 뉘우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가장 좋은 술에도 찌꺼기가 있는 것처럼 가장 성실한 사람의 삶 속에서도 쓰레기는 있을 수 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과실에 대한 뉘우침도 있지만 재활용 할 수 있는 뉘우침의 과실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작금에 들어 국군기무사령부와 예하 기무부대에 대한 특별감찰 조사에서 성추행 의혹, 불륜, 권한을 남용한 갑질 등 부정비리 의혹자가 100여 명 적발됐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특권적 지위 속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외부 견제를 받지 않았던 탓에 썩은 조직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기무사는 군 비리를 감시 감독하며 군사보안과 방첩수사를 맡은 군의 최후의 보루로서 지난 1948년 육군정보국 정보처 특별조사과에서 출발해 방첩부대, 보안사령부를 거쳐 ‘육사 위에 보안사’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런 기무사가 지난해 기강해이의 결정판을 보여준 것은 어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차제에 정부는 부정비리 의혹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비리의 전모를 밝히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완벽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