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원숭이 엉덩이
시정칼럼/원숭이 엉덩이
  • 시정일보
  • 승인 2016.03.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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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섭 논설위원<동대문문화원장>
   
 

[시정일보]우리 가요에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여기에서 단장(斷腸)이란 글 뜻 그대로 창자가 끊어질 만큼의 슬픔과 애통함을 말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남편이 철사 줄에 묶이어 포로로 끌려가며 생이별을 하게 된 그 애통하고 피맺힌 절규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단장(斷腸)의 고사는 중국의 진(晉)나라가 촉(蜀)나라를 정벌하기 위하여 양자강협곡을 지나면서 병사하나가 새끼원숭이를 잡아왔다. 이때 새끼원숭이를 구하기 위하여 어미원숭이가 구슬피 울며 이들을 따라왔지만 고의였는지 아니면 장난으로인지 병사들이 새끼원숭이를 놓아주지를 않자 백리이상의 길을 따라온 어미원숭이가 가까스로 배에 올라왔지만 이미 기진한 상태에서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죽은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뱃속의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극에 달한 슬픔을 이야기 할 때 단장(斷腸)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올해가 원숭이해(丙申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육십갑자의 서른세 번째 해로 원숭이에 해당하는 병신년이다.

동양권에서는 붉은 색을 액운을 물리치는 상서로운 색으로 여기며 모든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고 있다. 그런 가운데 수많은 역술가들이 올해를 재주가 많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하며 능히 재능을 살려 큰 성공을 이룰 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단장의 고사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원숭이를 출세와 벽사의 상징 외에도 극진한 자식과 부부 사랑의 상징으로 모정을 대표하는 동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결국 원숭이는 원숭이 일 뿐 인간은 훨씬 우월한 존재로 군림해 온 것도 사실이다.

같은 영장류에 속하면서 직립보행 등의 특징을 들어 진화론을 주장하는 일부학자들은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간이 원숭이와 대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며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삶의 양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결코 원숭이와 사람이 비교될 수도 없고 또 뒤집힐 수도 없는 사실이다.

물론 원숭이 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고 예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약육강식의 동물 사회적 특징일 뿐 원숭이에게만 한정지워진 특징은 아니기에 차치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이 원숭이보다 우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새삼스럽게 원숭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 뉴스에 보도된 끔찍한 반인륜적인 사건들을 보면서 차마 필설로 다할 수 없이 치 떨리는 그 야만성 때문이리라.

이미 알려진바 대로 최근 연이어 아동학대와 살해에 대한 끔찍한 사고들이 있었다. 그것도 일반아동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식에 대한 만인공노할 사건들이었다. 2년간이나 자신의 딸을 집에 감금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학대를 한 부모와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하여 집안의 냉장고에 감추어둔 부모, 또 중학생 딸을 학대 끝에 숨지게 하고 시신을 집에 감춘 채 뻔뻔하게 실종신고를 하고 심지어 아이의 외할머니와 함께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쇼까지 벌인 아빠와 의붓 엄마, 기가 막히게도 그 아빠의 직업이 목사라고 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련의 일들이 최근 계속 보도가 되었다.

의붓 엄마에게 맞아죽고 의붓아버지에게 차여죽고 심지어 자신이 낳은 아이가 운다고, 보챈다고 던져 죽이고, 아이가 무슨 권투도장의 샌드백인양 아버지가 때려죽이고... 분명한 것은 그런 사건들이 원숭이의 사회가 아닌 바로 우리 인간들의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기를 서슴치 않고 자행했다는 점이다.

과연 무엇으로 원숭이보다 인간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부여된 도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인간의 도리인가?

이미 우리사회에 만연해진 부도덕, 부도리를 말하면서 개탄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인식기능이 점점 더 무디어져 간다는 것이며 결국 광포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야 말 것이라는 것이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서슴치 않고 폭력을 휘두르고, 부모가 자식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세상에서 부정과 부패 정도는 이제 문제로 삼기에 너무 낯간지러운 일상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고 놀린다. 하지만 정작 원숭이 엉덩이가 빨간 이유는 그 부분의 피부가 너무 맑고 투명하기 때문이란다. 요즘 인간들이 가지고 싶어 환장하는 맑고 투명한 피부, 웃기게도 그게 바로 원숭이 엉덩이라면..., 그럼에도 부끄러운 기색하나 못 느끼는 인간들을 보며 그래도 큰소리 칠 것인가? 원숭이보다 잘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