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구청장 ‘문화예술도시 서초구’ 아이덴티티 설계
조은희 구청장 ‘문화예술도시 서초구’ 아이덴티티 설계
  • 정응호
  • 승인 2016.03.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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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세계를 무대로 ‘문화예술 실크로드’ 놓는다
   
 

 

[시정일보]조은희 서초구청장의 구정 운영 슬로건은 ‘엄마 행정’이다. 이 슬로건에는 여성구청장으로서 구민들의 삶을 하나하나 보듬으며 해묵은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 구청장이 표방한 ‘엄마 행정’의 상징과 같은 사업은 바로 반딧불센터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단독주택 주거지역에 아파트 관리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조 구청장의 대표적 공약사업이다. 반딧불센터는 여러 대외 기관으로부터 우수 정책으로 인정받아 많은 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공무원이 행복한 구민을 만든다”며 조 구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직원이 행복한 직장 만들기’ 사업이나, “친절한 민원행정으로 구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목표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민원 서비스 개선’도 결국 엄마행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민원행정 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조 구청장이 최근 몰입하고 있는 대상은 서초구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다. 그 구상에는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지만 크게는 △서초를 문화예술 중심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문화예술 트라이앵글’ 계획과 △중장기적 발전계획인 ‘나비플랜’으로 요약된다. 이 또한 ‘구민행복을 위한 엄마행정’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조 구청장을 만나 그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예술의전당~한강세빛섬~정보사부지

‘문화예술 트라이앵글’ 전략 육성

 

문화재단 설립, 서리풀축제 성공

관광정보센터 운영 등 자구 노력

 

‘남다른 체험’ 고부가 콘텐츠 개발

문화부흥ㆍ일자리ㆍ경제활력 ‘플러스α’

 

서초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문화예술 트라이앵글’ 계획을 내놓았다. 그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제가 서초구청장이 돼서 보니 서초에는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도서관 등 최고의 문화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각종 공연장만도 50곳이 넘었다. 이와 같은 환경에 따라 인적자원도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물적자원뿐만 아니라 인적자원까지 갖춰지고 있으니 이제는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봤다 .그래서 서초의 굵직한 문화예술 스팟(spot)을 이어서 서초만의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클래식 공연문화의 중심지 예술의전당, 최근 관광지로 급부상한 한강 세빛섬, 그리고 정보사 부지 복합문화단지까지 세 꼭지점을 문화벨트로 묶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예술의전당부터 세빛섬까지의 구간은 문화예술 공연과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고, 정보사가 떠난 부지에는 도시경관을 저해하지 않는 공연장과 전시장 등을 갖춘 문화관광시설을 유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서초는 예술의전당이 위치한 문화예술 1번지이다. 이런 고유의 정체성을 브랜드화해서 업그레이드시켜 나갈 것이다. 2016년 서초는 제2회 서리풀 페스티벌 등 문화행사와 관광사업을 연계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대표브랜드로 육성하고자 한다.”

 

‘예술의 거리’ 조성은 어떻게 진행되는 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지난달 서초구 관계자들과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학생들이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터미널 광장에 무료공연을 할 수 있는 녹지대 광장을 만들거나, 세빛섬 주변 아파트에 음악공원, 음악카페거리 등을 조성하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또 서리풀공원에 에코브릿지를, 잠수교 진입부에 유리박스 갤러리를 설치해 한강 전망대를 만들자는 굵직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이런 반짝이는 보배들을 어떻게 꿰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를 정말 예술적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와 함께 예술의전당 주변 클래식음악 관련업소 밀집지역을 관광자원화하고자 한다. 악기공방스쿨, 악기장인콩쿠르, 악기제작 공동작업장, 악기마을 협동조합, 공동전시판매장, 악기마을 관광코스 등 클래식 악기마을을 조성해 악기특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예술의전당 주변 지역에 거리음악회를 활성화해 서초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보사 부지에 지을 복합문화공간에 대해서도 설명 바란다.

“정보사 부지는 약 10여년 동안 서울시와 국방부, 서초구 사이에 개발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저는 구민에게 문화공간으로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지난해 12월 마침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됐고 지난 2월 최종 고시돼 확정됐다. 그 내용의 골자는 ‘아파트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신 연구소, 컨벤션센터, 호텔, 문화시설 등이 들어오게 됐다. 올 6월 이후 국방부가 매각공고를 내면 민간기업이 땅을 사게 되며, 그 기업과 서초구가 개발내용을 의논하게 된다.

서초구는 도시경관을 저해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공연장, 전시장 등을 갖춘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동안 서초구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셨다. 대표적인 것이 서리풀 페스티벌이다. 올해 추진 계획은.

“서리풀 페스티벌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서초문화재단의 첫 번째 작품이다. 서리풀 페스티벌은 자동차와 쓰레기가 없었고 예산이 들지 않은 ‘3무(無)’축제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친환경 축제, 주민참여형 자발적 축제, 나눔과 기부의 축제였다.

첫 축제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응이 폭발적이었고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했다. 지자체 행사가 아니라 국가 행사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17만여명이 참여해 6일간 50개의 문화축제가 서초구 곳곳에서 펼쳐졌다. 우후죽순 흩어져 있던 축제가 서리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특히 반포대로에서 펼쳐진 ‘사상 최대의 스케치북’ 행사에서 반포대로를 가득 메운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아스팔트 위에 색색의 분필로 그림을 그리면서 환하게 웃던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올해는 축제의 규모를 키울 것이다. 우선 지난해 축제기간은 6일이었는데 올해는 더 많은 분들이 찾고 즐길 수 있도록 9일(9.24~10.2)로 늘렸다. 장차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처럼 1달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완전한 주민참여형 축제로, 만드는 축제가 이뤄지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총괄기구로서 조직위원회(25명)가 있는데, 전문가뿐만 아니라 주민대표도 참여시켜 민관 협업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다. 경비 측면에서도 주민의 자발적 재능기부와 지역사회·기업의 도움으로 구 예산을 들이지 않는 ‘착한 축제’의 콘셉트를 잡아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1000원, 1만원씩 성금을 보태 ‘서리풀 페스티벌 펀드’를 조성함으로써 ‘내가 만들고 내가 참여하는 형태의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도 더욱 풍부해진다. 하이라이트인 서초강산퍼레이드가 더 재미있어지고 ‘지상최대 스케치북’도 훨씬 커지고 다양해진다. 국내외 자매도시들도 훨씬 많은 팀이 참여하며 특히 올해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불음악축제도 더욱 크게 키워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게 하겠다. 작년을 능가하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하셔도 좋다. 서울시민이라면 안 오고는 못 배길 것이다.”

 

지난해 강남역 인근에 건립한 서초관광정보(IQ)센터의 역할도 기대된다.

“강남역 일대는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의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는 곳으로 의료-쇼핑-호텔이 잘 연계돼 관광 잠재력이 크다. 이 일대 유동인구는 휴대전화 통화량으로 추정했을 때 하루 평균 100만명에 육박한다. 그래서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IQ센터를 강남역 9번 출구 앞에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관광통역 안내원들이 관광객에게 다채로운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초구 내 역량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해 주민과 관광객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아트갤러리도 조성돼 있다. 또 의료관광 상담·체험실이 설치돼 영어·중국어·일본어 관광통역서비스와 의료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서초구 의료관광자원 홍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초구를 문화예술도시 브랜드로 육성하는 이유와 그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유명한 도시에 가서 체험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남다른 체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채비가 돼 있다. 그 도시만의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문화야말로 남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다. 제가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면서 문화가 발전해야 도시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서초만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문화와 예술에 역량을 기울이는 것이다.

세기 경제대동맥이었던 경부고속도로는 서초구에서 출발한다. 마찬가지로 문화의 시대인 21세기 신 실크로드도 서초에서 출발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서초에서 시작된 변화의 날갯짓이 지금은 작은 바람일지 몰라도 곧 세상을 뒤흔드는 태풍이 될 수 있다. 서울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서초의 이름을 알린다면 서초구민의 자부심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문화예술, 일자리창출, 경제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초 하면 대부분 명품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명품은 고가품이나 사치품이 아니다. 서초를 클래식 작품처럼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명품으로 만들 것이다.”

정응호 기자 / sijung1988@naver.com

   
▲ 경부고속도로 지상부 조감도(위) 경부고속도로 지하부 단면도(아래)

도시의 틀을 바꾼다 ‘서초 나비플랜’

양재R&D특구,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중점’

 

서초구 ‘나비플랜’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초구의 중장기 발전계획이다. 지도에서 서초구의 모양이 나비 형태임에 착안한 것이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는 1988년 강남구에서 분구된 이래 도시변화가 거의 없어, 강남권역이 급속하게 변화되는 상황에 맞춰 선제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발지향적 산업화시대와는 다른 양상의 패턴으로 구의 발전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비플랜은 크게 △양재 R&D특구 조성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6.4km 지하화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등 3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선 양재 R&D특구 조성은, 양재·우면 지역을 R&D기능 중심의 클러스터로 조성해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서울의 신산업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민선6기 들어 서초구는 양재 R&D특구 조성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왔다. 특구 조성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면밀히 분석하고 특구지정을 위한 여건 분석, 방향 설정, 문제점 및 대안제시 등을 위해 ‘양재권역 지식허브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전략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가 지난 2월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내놓은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를 도심형 R&D지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짓는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양재R&D 현장을 방문해, 조은희 구청장, 현대차·LG전자·삼성전자·KT 및 중소업체들과 함께 양재R&D를 서울 R&D의 전초기지로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서초구는 양재 R&D특구가 조성되면 미래먹거리 산업으로서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연간 10만명의 신규 고용창출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계획은 경부고속도로의 상습적인 교통정체를 해결하고, 분진, 소음, 매연 등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은희 구청장은 지하화를 진행할 경우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체와 매연·소음 등 교통문제가 해소되고 △20만평의 지상부지를 복합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으며 △동서간의 지역 단절도 극복될 것으로 봤다. 또한 △함께 건설될 대심도 저류조로 강남역의 침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지하화 공사에 따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속버스터미널 이전은 원래 도심 외곽에 지어졌으나 현재는 강남권역의 급속한 발전으로 오히려 도심 내 시설로서 도시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터미널시설을 외곽지역으로 이전하면 한전부지의 2.5배에 달하는 5만5000평의 부지가 생기는데, 이곳을 복합문화시설로 개발해 제2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서초구는 보고 있다.

조은희 구청장은 “나비플랜은 서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어젠다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서초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협조를 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