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 전문 재활병원 ‘마포의 기적’
<기자수첩>어린이 전문 재활병원 ‘마포의 기적’
  • 최희주
  • 승인 2016.04.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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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주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시설과 경제적 비용문제 등으로 장애를 안고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한번쯤 이민을 꿈꾼다고 말한다.

특히 국내에는 어린이를 위한 전문재활치료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보니 치료와 재활 시기를 놓친 아이들은 평생 더 깊은 마음의 상처와 함께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만 한다.

몇년전 부터인가 한 민간재단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대국민 모금활동을 펼치면서 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오르내린 적이 있다. 이 대규모 모금에는 넥슨컴퍼니가 200억원을 기부했고, 가수 션도 마라톤 캠페인을 통해 2억8000여만원을 기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자가 뜬금 없이 몇 년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당시의 이같은 민간의 잔잔한 물결이 이제는 큰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에 제일 먼저 반응한 곳이 마포구다. 여러 방송국과 IT계열 회사들이 들어서면서 구의 알짜배기 땅인 상암동 약 1만8557㎡의 부지를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제공한 것.

이렇게 국민들과 민간기업, 지자체가 함께 손을 잡고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상암동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이달 28일 드디어 개원한다.

장애어린이에게 재활은 성인의 재활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기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은 장애어린이의 경우,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상태가 40% 이상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는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런 이유에서 장애어린이 가정은 이번 상암동 어린이재활병원 개원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병원 건립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마포구가 건립 부지를 제공한다고 발표하자, 장애인 시설이 지역에 들어선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의 큰 반대로 저지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구는 주민들을 직접만나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는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또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병원 내 수영장, 어린이도서관, 문화센터 등 주민 편익시설 조성을 약속했다. 이러한 구의 꾸준한 설득과 소통으로 반대하던 주민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이제는 병원 개원에 함께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그러나 개원만 했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특히 향후 병원 운영과 관리에 따른 재정문제, 의료비 분담 문제, 수요 몰림 현상 등을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야할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민간이 시작한 일에 지자체가 팔을 걷어 부쳤다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제도적인 시스템 구축과 장애 어린이들의 장기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민간과 지자체가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말로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