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
기자수첩/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
  • 문명혜
  • 승인 2016.04.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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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00억원의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올 6월까지 후보지를 정할 예정인데 ‘문학’이라는 커다란 상징성 때문에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속속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조선조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꼽히는 허난설헌 남매의 향리인 강릉이 일찌감치 대오에 합류했고, 일제강점기 토속과 해학의 언어 연금술을 보여 주었던 김유정을 배출한 춘천시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인 이상화와 현진건을 배출한 대구와 채만식과 시인 고은의 고향인 군산 역시 출사표를 던졌고, 출판도시 파주는 문학작품 생산지의 잇점을 내세우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중심지 서울에서는 문인을 꿈꾸며 성균관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던 김우영 구청장이 이끄는 은평구의 도전이 단연 발군이다.

은평구는 20세기 대한민국 최고 천재시인으로 꼽히는 정지용과 많은 국민들이 암송하고 있는 ‘서시’의 윤동주 등 수많은 시인ㆍ작가들의 활동무대가 은평이었고, 언론인 출신 문인들의 집성지인 ‘기자촌’이야말로 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최적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김우영 구청장은 지난달 말 서울시출입기자단을 초청해 기자촌을 보여주며 후보지의 역사성과 접근성을 설명하고 21세기 문예부흥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천하명산 북한산을 자연성벽으로 삼고 있는 기자촌은 묵객들의 영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한옥마을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천년고찰 진관사, 천상병ㆍ이외수ㆍ중광스님의 작품을 모은 ‘셋이서 문학관’ 등 기자들을 ‘현혹’시킬만한 화려한 장식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은평구는 현재 해방전후 은평에 거주하며 발표했던 130명 작가들의 700여편 초간본을 국내최초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이는 은평구가 근현대 한국문학의 가장 중요한 산실임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문학은 한 나라의 언어에 혼과 격을 갖게하는 예술로 국립한국문학관이 개관하면 청소년은 물론이고 전국민이 한두번은 다녀갈 법한 손꼽히는 랜드마크가 될것이 분명하다.

이름값만으로 모든 지자체들의 ‘탐욕’을 자극하는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은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중으로, 유치전의 승자는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될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