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뜻을 굽혀 환심을 얻기보다는 자신을 곧게 지켜야
<시청앞> 뜻을 굽혀 환심을 얻기보다는 자신을 곧게 지켜야
  • 시정일보
  • 승인 2016.05.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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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曲意而使人喜(곡의이사인희)는 不若直躬而使人忌(불약직궁이사인기)하며 無善而致人譽(무선이치인예)는 不若無惡而致人毁(불약무악이치인훼)니라.

이 말은 ‘뜻을 굽혀 사람들의 환심을 얻기보다는 자신을 곧게 지켜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게 차라리 낫다. 선행이 없으면서 남의 칭찬을 받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미이다.

환심이란 원래 기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이익 때문에 자신의 원래의 의지를 굽혀 버리면서 곧장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얼마나 값싼 흥정이며 싸구려 거래인가. 자신의 의지나 신념을 담보로 해 사소한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낚시에 매달린 미끼만을 볼 줄밖에 모르는 물고기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작금에 들어 서울대 조모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조 교수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중 ‘임신한 어미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배 속에서 새끼가 사망했다’는 옥시 측에 불리한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연구자가 진실규명은커녕 왜곡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전말은 옥시 측이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질환의 위험 요소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해성을 인정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자사 제품의 독성실험 연구를 각각 발주해 여기서 나온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이 무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규명은 143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이런 중요한 실험 결과를 금품을 받고 조작했다면 과학자로서 자격이 없다.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면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물론 학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과학은 어떠한 경우라도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지 못하므로 이는 죽은 과학이나 마찬가지이다.

관계당국은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