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부패 핵심 빠진 김영란법, 법 자체를 손질해야
<사설>반부패 핵심 빠진 김영란법, 법 자체를 손질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6.05.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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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정부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6월22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언론인·교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일정액 이상의 향응을 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자체가 공직부패 방지라는 본래 취지를 크게 벗어난 잘못된 입법이고 시행령 안 또한 그런 법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다가 현실과도 상당히 괴리가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9월28일 시행일 이전에 이 법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어서 이번에 입법예고한 시행령 안은 결국 그때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은 원안과는 달리 국회논의 과정에서 변질돼 이미 알려진 대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 발표했던 원안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세가지 영역이 주류였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정청탁의 경우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은 예외로 한다는 독소조항의 신설과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제외돼 결국 국제적으로 공인된 반부패 정책의 핵심이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 대신 공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대학병원 종사자 등을 적용 대상에 슬쩍 끼워 넣어 법 자체를 물 타기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하지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이 적용 대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위헌·과잉입법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작금에 입법 예고한 권익위 시행령 안은 식사비는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의 기존 3만원인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하고 선물 상한선은 5만원, 경조사비는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식사비 상한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다보니 항간에선 식사비가 29990원짜리가 등장할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번 시행령 안은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무원 행동강령보다는 다소 완화된 선에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을 고치려면 시행령이 아닌 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국회 정무위에 이미 수정법안이 계류 중이고 비공직자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헌법소원까지 청구된 상태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여하를 떠나 조속히 후속 입법에 나서 땜질이 아니라 부패의 고리를 끊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려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면 재개정해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