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의회, 오늘만 같아라
<기자수첩>지방의회, 오늘만 같아라
  • 윤종철
  • 승인 2016.06.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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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요즘 아침마다 ‘하루를 즐겁게’ 또는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등등의 전에 없던 문자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도 얼굴에는 짜증이 아닌 미소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당황하게 만든다. 심지어 “요즘만 같으면 세상 편하다”는 한 공무원의 말은 정말이지 믿기 어려웠다.

이것은 오는 7월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둔 서울시 25개 자치구 지방의회의 모습이다. 물론 한 달여를 앞두고 잠깐의 물밑 움직임으로 끝날 것이라 확신하지만 그래도 지난날 계속해서 반복돼 온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의 단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 않나 싶다.

그간의 의장단 선출과정은 후보군 난립에 따른 반목과 갈등, 정당의 지나친 간섭 등의 연속이었다.

이같은 이유는 의장을 비롯한 각 위원장들의 막강한 권한에 있다. 이들은 암암리에 집행부 인사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판공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비와는 별도로 주어지는 업무추진비와 예산배정에서의 권한도 사실상 의장단 선거를 과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의장의 경우에는 운전기사와 전용차, 수행비서가 배정되며 각종 행사에서의 의전상 예우는 차기 선거 출마를 위한 교두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자리이다 보니 매번 의장단 구성을 두고 잡음과 고성이 난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후반기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의원들 공방이 더욱 치열해 질 듯 싶다.

전반기 의장단 선출에서는 없었던 국민의당의 출연은 일부 지방의회 의석수 비율을 비등하게 만들었다. 의장과 운영위원장은 다수당에서 어찌 선출됐다 치더라도 부의장과 각 위원회 위원장의 자리는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합의점도 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지난날과 같이 파벌과 감투싸움을 벌인다면 후반기 지방의회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는 지방의회 의원들도 의장단 선출과 관련해 의식과 행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앞장서야 한다. 특히 각 정당의 지나친 간섭을 의원들 스스로 거부해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로 지방자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지방의회 필요성을 주장할 땐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얘기한다.

이제부터라도 의장단 선출 방식을 개선해 정당의 간섭이 없는, 이해관계가 아닌 지역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서 역할을 다할 사람, 의회의 위상을 제고할 사람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오는 7월에 구성되는 이번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는 의원들이 새로운 태도로 새롭게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