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나선 자치단체장들에게
<사설>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나선 자치단체장들에게
  • 시정일보
  • 승인 2016.06.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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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정부는 2019년 개관목표로 국비 450억원을 들여 1만5000㎡의 부지에 도서관과 공적기록보관소, 박물관 등 건립계획을 가지고 국내최초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계획을 세웠다. 이에 16개 시ㆍ도 24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본부,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 등 5개 단체가 나서서 성명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5개 문인단체가 과연 한국의 문인단체를 대표하는 것인지의 논란의 여지도 있다.

어떻든 문인단체들은 정치적 논리로 입지선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문인단체들이 하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걸음 들어가면 매우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 자치단체들의 유치 타당성 성명아래에는 지지하는 단체명들이 나온다. 문인단체의 기구상 지방문인단체 지회들이 있다. 중앙문인단체와 지회는 같은 성격의 단체들이다. 그러나 지방문인지회들은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의 유치에 타당성을 들며 성명 발표에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선다. 결론적으로 문인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하려면 먼저 문인단체의 의견부터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중앙문인단체의 성명과 지방지회의 성명이 별개라는 것은 앞뒤가 선행되지 않는 모순이다. 이런 것을 두고 대표적 지역논리라고 하는 것이다. 영남권의 신공항 유치내분과 같은 맥락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학관 건립은 선의의 경쟁으로 보고 싶다. 이제서야 국립문학관이 번듯하게 들어서는 것이 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국립문학관이 국민을 위한 눈높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논리와 지역단체장, 지방의원의 치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힘의 논리로 결정되면 16개 시ㆍ도와 24개 자치단체의 모두에게 장기적인 면에서 독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시절에 드골은 각료회의를 하다가 문화부장관에게 프랑스에는 시인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장관이 지체 없이 답하자 드골은 됐다, 그 정도의 시인이 있다면 프랑스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 일화가 있다. 프랑스는 시인이 사는 마을에는 시장 명으로 경적 금지팻말을 붙인다. 시를 짓는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프랑스는 세계적 브랜드의 상품디자인과 노벨상문학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과연 우리의 자치단체장들은 관내에 문인의 숫자나 파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문인이 있다면 챙기는 단체장이 있는지 궁금하다. 국립문학관은 단체장의 과욕이 아닌 문인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의 마음이 수반돼야 한다. 자치단체의 문인들이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까지를 돌봐야 한다. 만약에 자치단체가 평소에 그러한 노력을 했다면 문학관 건립의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수막만 대형으로 걸고 주민센터에서 유치서명이나 받는 태도는 정치적 논리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저 자치단체에 문학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문학관 건립은 매우 민주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 내지는 공청회를 통해 형평성, 균형을 갖도록 해야 한다. 문학관 유치가 단체장의 정치적 수단, 정치적 힘의 우위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