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욕망의 길은 조금만 발을 들여놓으면 모두 가시덤불 뿐
<시청앞>욕망의 길은 조금만 발을 들여놓으면 모두 가시덤불 뿐
  • 시정일보
  • 승인 2016.06.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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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을 보면 보잘 것 없는 집안의 한 청년의 끝없는 욕망의 길로 달려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권력과 금력 그리고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의 야망에 불타는 목수의 아들 줄리앙은 그가 비서로 들어간 후작 집 딸을 유혹하여 그녀와 약혼을 하게 된다. 그 덕택으로 귀족칭호까지 받게 된 줄리앙은 결혼식을 앞두고 장애물로 등장한 옛 애인을 죽이려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는 이야기다. 욕망의 길로 발을 내딛으면 가시덤불과 진흙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이다.

작금에 들어 부산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고자 배치한 학교전담경찰관이 담당하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더욱더 충격적인 것은 경찰관들의 소속 경찰서가 문제의 비행을 알고 나서 사표만 받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학교전담 경찰관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전국적으로 도입돼 학교폭력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강연을 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상담해 적응력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해 왔다. 교육부가 학교전담 경찰관 제도가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도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밝혀 해당 경찰의 잘못을 경찰 차원에서 알고도 묵인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있다면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전담경찰관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제도 자체의 미비점은 없는지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