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이제 후배들에게 돌려줘야죠”
“받은 사랑 이제 후배들에게 돌려줘야죠”
  • 이승열
  • 승인 2016.07.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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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출신 이진혁 씨, 졸업 후에도 꾸준히 후배 공부 도와
▲ 이진혁 씨가 후배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제가 배운 대로 행동할 뿐이지, 대단한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천구 독산2동 렘넌트 지역아동센터를 5년 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지금도 꾸준히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며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는 이진혁(25) 씨는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매번 겸손하게 답한다.

그와 렘넌트 지역아동센터와의 인연은 깊다. 가정환경이 갑자기 어려워졌던 중학교 1학년 때, 렘넌트 지역아동센터는 그에게 울타리였다. 그는 “당시에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지자 어린 나이에 나쁜 길로 빠질 뻔한 적도 많았다. 그때 우연히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렘넌트 지역아동센터가 가족 같은 울타리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선후배·동기들이 그에겐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서로의 멘토가 돼주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김미경 렘넌트 지역아동센터장은 “센터에는 선후배가 있어서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들이 야간시간대 유혹을 많이 받는데 센터의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규칙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진혁씨에게 베푸는 삶은 어렵지 않았다. 군복무 중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망설이지 않고 기증했다. 그는 “대학시절 기증희망등록을 해뒀는데 연락이 왔다. 나와 나이가 같은 사람이었다는데 나중에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렘넌트 지역아동센터 졸업생 50여명은 ‘한솥밥’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솥밥’ 회원들은 센터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직간접적인 지원을 한다. 진혁씨는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퇴근 후 매주 2번 이상 센터를 찾아 아이들 공부를 돌봐주고 있다. 한 학생은 “학원을 따로 다닐 형편이 안 되지만 여기서 형, 누나들에게 배우는 게 학원보다 훨씬 좋다. 특히 자유롭게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진혁씨는 현재 금천구 관내 기업인 헨켈코리아에 다니고 있다. 헨켈코리아는 3년 전 렘넌트 지역아동센터에 기부 활동을 했고, 센터 아이들의 성실하고 건강한 모습에 감동했다. 이 인연으로 졸업생 한 명을 추천해달라는 제안을 했고, 김미경 센터장은 진혁씨를 추천했다. 

한편 렘넌트는 그루터기라는 뜻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자기 몫을 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키우자는 의미라고 한다. 김미경 센터장은 “진혁이가 렘넌트를 발판삼아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인으로 자란 것처럼, 다른 아이들도 책임감 있고 건강하고 건전한 아이들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진혁씨는 후배들에게 “현재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말라”며 “한번 경험했던 선배들에게 망설임 없이 물어보고, 지금 학생이 해야 할 공부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