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효도법 제정이 필요한가
<시정칼럼>효도법 제정이 필요한가
  • 시정일보
  • 승인 2016.07.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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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글픈 얘기지만 효도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효도법안이 10년 전부터 국회에 상정된 바 있지만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부모가 평생 벌어 놓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분배해 준 다음부터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회적으로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법으로라도 강제하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경대수 국회의원(증평 진천 음성)이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5월30일 일명 ‘효도법안’을 대표 발의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골자는 정부의 각종 노인 정책은 극히 비효율적으로 추진되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노인청을 신설하고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과거에 유교가 동양사회를 지배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이것을 예(禮)로, 일본에서는 충(忠)을, 우리나라에서는 효(孝)사상으로 승화 발전시켜 왔다. 이 정도로 우리 사회는 어른들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잘하여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찬을 받아온 나라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러한 칭찬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최근 노인은 가난한 자와 병자들과 더불어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일부 노인들이 자식들로부터 돈 때문에 학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언어폭력이나 방임은 물론이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일부 노인의 경우 자녀에게 모진 천대와 상습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으며, 재산이 있더라도 봉양 등을 이유로 가로챈 후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정부 당국은 지난해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노인의 빈곤과 자살, 사회적 배제와 학대 등 노인의 인권문제가 다양하게 대두되고 있어 골칫거리를 앓고 있다.

이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먼저 일어서서 노인학대의 예방을 포함한 노인 인권의 보장과 노인복지 증진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마련을 촉구하고 사회적 관심 환기에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다. 이는 노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이웃 중국에서 효도법으로 불리는 노년권익보장이 2013년에 시행되었다. 즉 가족 구성원은 노인을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되며, 노인과 떨어져 사는 가족구성원(자녀)은 반드시 노인을 자주 찾아 문안을 해야 한다.

도의 자율적·윤리적 미덕을 권장하는 공자의 나라에서 효도를 법으로 규정한 것을 보면, 오늘날 사회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살기가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을 돌봐드려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므로 늙고 병든 부모 봉양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처벌은 당연한 일이다. 한 판례는 딸과 사위에게 매달에 한 번은 부모를 찾아 방문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를 얼마나 자주 방문해야 하는지,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이 법안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법안은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가 정착되어 누구나 효를 행하게 되어 노인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나 싱가포르(MPA법)도 효도법을 법률로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효(孝)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도덕 개념으로 삼아온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에서 효를 강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효(孝)문제는 국가가 개입해서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가정, 학교, 종교, 언론 등의 사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인들 각각이 담당해야 하는 과제이다. 효도법 제정에 앞서 윤리 도덕에 대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보다 강화되고 내실화돼야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