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버릇없이 키우는 아이들 가정교육부터
<시정칼럼> 버릇없이 키우는 아이들 가정교육부터
  • 시정일보
  • 승인 2016.07.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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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논설위원
   
 

[시정일보]전국적으로 곧 여름방학이 개시될 때이다. 어린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수다스러울 정도로 계획을 세우며 특히 도시에서 생활하는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가관일 적이 있다. 자식이 아니라 숫제 상전이나 콧대 높은 애인 다루듯 하는 것이다. 자녀들을 대할 때는 마치 친구처럼 대해주라는 어설픈 서양 교육학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아니면 자기 세대가 당했던 고생을 자식에게만은 안 시키겠다고 하는 보상심리가 너무 커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요즘의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고 그 환심을 사려는데 급급한 경향마저 없지 않다.

여름방학 때면 바캉스인지 뭔지는 꼭 가지 않으면 안되는 법 생일이 돌아오면 생일 파티는 으레 열어줘야 하는 법 매일 매일의 생활에선 반드시 즐거운 프로그램을 제공해 줘야만 비로소 우등생 부모로서의 자격을 따는 법 그래서 심지어는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하는 따위의 막말이 초등하교 꼬마들의 입에서까지 예사로 튀어 나오는 세태가 되었다.

어떤 아버지는 내일 아들의 중간고사라서 곁에서 있어줘야 하기 때문에 모처럼의 친구 내방 제의를 엄숙히 사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야흐로 효자 효녀의 시대는 살아지고 효부 효모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가정교육이 부권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해서 마음대로 지껄이고 마음대로 뛰어 놀라는 그야말로 극진한 온정주의와 관용주의가 마치 최선의 가정교육인양 주장되게도 되었다.

부모는 교육자라기보다는 공급자요 관광 안내자요 용돈 전달자요 뒤치다꺼리 해 주는 기능직으로 바짝 오그라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각자가 한번 심각하게 살펴볼 만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가면 갈수록 상하나 수평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의 예의에 무식해져 가고 있다. 재치와 말재주와 퀴즈 문제엔 귀신 뺨치게 똑똑해지면서도 어른 앞에선 어떻게 운신해야하며 밥상머리에선 어떻게 해야 하고 길흉 백사에 언행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깜깜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대학출신 새 며느리는 시아버지 초상때 절을 두번 하는 법도조차 잘 몰라서 절을 한번만 하고 물러나려다 문중 어른에게 빈축을 산 일도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젊은 유학파 출신 상주는 문상객이 “얼마나 애통하신가” 하고 물었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뭘요”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유식층의 불학무식함은 결국 어렸을 때 가정교육이 없었던 탓에 일어나는 망발이다.

교육 부재의 가정일수록 어린 아이들은 작은 무법자가 되고 젊은 부모는 소시민적 이기주의에만 집착하며 노인 세대는 뒷방 신세를 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심한 가풍이 모이고 쌓이면 사회 전체에 무례한적인 풍조가 침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의 청소년 문제나 퇴폐 폭력 풍조의 횡행 또는 패륜적인 사건의 빈발도 결국엔 그 밑바닥에 이런 가풍의 저질화가 짙게 깔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 훈육의 순차를 받으며 자란 사람은 커서도 아무리 자유인이 돼도 절대로 금수처럼 맹폭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바로 교양이요 문화라는 것이다.

학교는 이제 지식의 전수가 교육행위의 대종을 이루게끔 되었다. 점점 대형화돼 가는 학교가 그 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일일이 다 버릇 교육이나 사람됨됨 만들기 교육을 시키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좋든 싫든 버릇은 부모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좋은 의미의 ‘권위회복’이 선행돼야한다. 그렇다고 뭐 현대여성들이 싫어하는 독재적인 남편이 되자는 뜻이 아니다.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소시민적 쾌락 제공역에만 급급한 나머지 가정의 중심적인 훈도역이자 교사역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는 못난이 가장만은 되지 말자는 이야기다. 가장된 사람은 마땅히 준엄하게 꾸짖고 안되면 매라도 들 생각을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남의 아이라 할지라도 꾸짖을 것은 꾸짖고 넘어가는 사회 분위기도 이룩돼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버려뒀다간 자칫 예의고 예절이고 전혀 아랑곳 없는 불학무식자들의 양산을 맞이할 지도 모르겠다.(김용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