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통 크고 관대한 국민이 사는 나라
<시정칼럼>통 크고 관대한 국민이 사는 나라
  • 시정일보
  • 승인 2016.08.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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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논설위원
   
 

[시정일보]연일 섭씨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마철 일기예보 역시 거의 빗나가고 높은 습도와 폭염 그리고 열대야에 모두가 밤잠을 설치고 따라서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짜증스러운 날들이다. 그나마 휴가 계획들을 생각하며 잠시라도 이런 일상의 스트레스를 참고 넘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것은 혼자 극복해내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즈음은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보도되는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이 더 크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이 때에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일부계층에서 벌이는 부정부패와 비리는 물론이고 인간이하의 사건사고들이 찜통더위보다 더 백성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제 머리 하나 좋아서 고시에 합격한 법조인이지만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고위직에까지 올랐으면 그만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받은 만큼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백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기라도 하듯이, 그 좋은 머리를 최대한 자신의 치부를 위한 비리에 사용해온 검사장의 사건뿐 아니라, 하급관리가 뒷돈 몇 푼 받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비리척결 운운하며 단죄의 칼날을 휘두르는 그들이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고급 외제승용차며 온갖 금품 따위를 받아 챙기는 행태는 차라리 귀엽다고 해야 할까? 기업이 어렵다고 해서 국민의 혈세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는 거기 관계한 은행간부 그리고 지원받은 기업의 임원들이 분식회계를 통하여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을 마치 자기 돈인 양 착복하고 이로 인한 지역경제의 붕괴와 실업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 하듯 하며 다시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황제노역은 또 어떤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데 그 주위에 머리 좋은 가신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니 어차피 3년 정도만 감옥 안에서 어슬렁 어슬렁 청소나 하고 지내면 수천억의 추징금을 안 물어도 된다고 조언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들에게 그 돈이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하루 수 백만원씩 탕감해주는데 나중에는 고스란히 자기네 돈이 될 텐데 미쳤다고 추징금을 내겠는가? 배기가스 조작 등 물의가 일어나자, 외국의 경우 수천억의 보상 내지 변상을 하는 외국의 자동차업계와 어린이가 깔려죽은 가구업계 등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한 푼도 보상하지 않겠다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는 차라리 그들에게 당하는 우리 국민들이 오히려 덜떨어진 바보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한국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도대체 우리나라에 국격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고 그들이 얼마나 우리나라를 한심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안하무인이겠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라고 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명예도, 체면도, 위신도, 인륜적인 도의도 아니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마저도 하찮게 여기는 오늘의 세태를 보며 내일의 우리나라가 심히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현상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무릇 한 나라의 안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당쟁에 휘말리고 그릇된 길로 나가면 당연히 경제의 부패가 따르게 되고 이런 비리는 경제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양극화를 불러오게 된다. 이런 양극화는 인성의 문제로 이어지며 민심을 파괴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한류라고 한껏 들떠있고 우리끼리 신이 나서 떠들어 대지만 조금만 냉철하게 생각하면 이런 호기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국에 한 번쯤이라도 나가 보고 또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바로 느낄 것이다. 남이 잘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하는 심성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그게 국가와 국가 간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면? 언제까지나 그들이 박수를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잘나갈 때 위기를 생각하고 방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오늘을 위한 오늘은 없다. 오늘은 반드시 내일을 위한 오늘이어야 한다. 작금의 이런 현상을 뙤약볕을 견디듯이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우리국민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너무도 관대하고 통큰 국민이 사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다. (동대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