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 '여성'
<기자수첩>'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 '여성'
  • 이승열
  • 승인 2016.08.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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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시정일보]8월 동안 나는 두 명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한 사람은 서경식, 또 한 사람은 리디아 고라는 이름을 가졌다.

서경식(1951~)은 동경경제대학 현대법학부 교수이자 작가다. 재일교포 2세로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일항쟁기 일본으로 건너갔다. 나는 그의 책 <디아스포라 기행>(2006)을 최근 읽었다.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디아스포라로서의 그와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리디아 고(Lydia Ko, 한국명 고보경)는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5살 때 골프를 처음 시작해 9살 때 첫 대회에 나갔고 15세에 LPGA 투어에서 사상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한 천재다. 130주 동안 아마추어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2013년 프로 전환 후 2015년 2월부터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 집단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 또는 그 사람들을 말한다. 이 단어는 원래 자의(自意)와 타의(他意)를 구별하지 않지만 보통 후자의 의미로 쓴다. 사실 ‘자발적 이주’ 역시 완전히 ‘자발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디아스포라의 삶은 어떠할까? 조금은 바보 같은 이 질문을, 나는 광복절과 리우 올림픽을 거치며 계속 고민했다. 서경식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리디아 고는 행복하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박인비와 함께 등장하던 올림픽 기간 동안, 그녀와 관련된 기사에는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대부분 우리나라 국적을 버렸다는 비난이었다. 글쎄. 국적이 과연 개인의 선택보다 중요할까. 우리와 국적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 삶을 송두리째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운동선수로서의 어려움을 넘어, 생김새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디아스포라’로서 극복해야 하는 슬픔이었을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라도 비자발적 디아스포라로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큰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대한민국 안’을 들여다본다. 이 땅에는 170만명의 외국인, 25만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있다. 18세 이하 ‘다문화 가정’ 자녀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나온 <한국 다문화주의 비판>이라는 책은 ‘다문화 가정’ 대신 ‘이주민 가정’, ‘결혼이주여성’ 대신 ‘결혼이주민’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이주민을 타자화·주변화하는 부작용을 유발하고, ‘결혼이주여성’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는 편견을 갖게 한다는 이유다. 매우 합당한 지적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배제와 혐오’를 생산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긍정적으로 수용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