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만 공무원의 사기를 흔들지 마라
<사설>100만 공무원의 사기를 흔들지 마라
  • 시정일보
  • 승인 2016.08.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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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여름은 인간의 인내심을 굴복시킨다. 쪽방동리의 노인들은 여름나기가 생존과의 투쟁이다. 에어컨이 언감생심인 서민들. 부채를 연신 부치다가 지치고 만다. 집안의 실내 평균 온도가 33도를 넘는다. 저녁이 돼도 온도는 마찬가지다. 집안에 있지 못하는 노인네는 거리로 나간다.

보다 못한 소방서에서는 노인들이 앉아있는 도로변 쉼터에 물을 뿌려준다.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혀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소방서 직원이라고 덥지 않겠는가? 그러나 국민의 민복을 먼저 생각하는 그들이다.

마포구청은 독거노인의 여름 나기에 나섰다. 자원봉사의 협조를 받아 ‘집밥 릴레이’ 프로젝트를 벌인다. 경로당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신선한 국밥과 반찬 등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폭염의 노인들에게는 단비와 같다. 각 지역 복지 담당직원은 자신의 땀에 젖은 옷은 생각하지 않고 노인들의 근황을 살피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행여 열사병이라도 들지 않나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노인들의 전화가 오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행여 무슨 열사가 있나 싶어서다. 주민센터에 가면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는 마치 백화점의 종업원이나 교회의 안내 집사보다 더 친절하다. 요즘 주민센터에서 일보는 날은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그런데 너무나 억울하다. 100만 공무원은 헌신으로 일을 하는데 고위 공무원 한두 사람으로 전체 공무원의 성실함과 헌신이 무력해진다. 마치 한두 사람의 비리가 전체 공무원의 비리처럼 비친다.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은 평생직이다. 정년까지 봉사를 한다. 고위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임기를 마무리한다. 공무원은 주민을 돌보고 주민에게 봉사한다. 마치 부모를 대하듯 한다. 그러나 고위직 공무원은 국민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비위를 맞춘다.

고위 공직자는 100만 공무원을 울리지 말라. 이 나라의 근간을 지탱하는 힘은 100만 공무원이다. 고위 공직자가 뇌물로 먹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돈과도 무관한 공무원이다.

판사나 검사도 공무원이다. 그들은 하위직 공무원보다 조건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지탄을 받는가 하면 100만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법을 엄중히 지켜야 하는 검사가 돈을 받고, 판사가 고급승용차를 뇌물로 받는 한심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실종 노인을 발견한 경찰 공무원은 자신의 양말을 벗어 신겨주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힘내’가 아닌 ‘힘들지’라고 물어주는 4개월 차 여경을 보며 마음이 숙연하다. 메르스가 왔을 때는 국민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야근을 하며 헌신했다.

그러나 나쁜 여론은 공무원 전체에 욕이 돌아간다는데 문제가 된다. 공무원의 중심은 고위 공무원이 아니다. 국민을 마주하는 일선 창구의 공무원이다. 사기가 떨어지면 결국 국민이 손해다. 공무원의 사기를 무너지게 하지 않는 방법은 고위 공직자가 바로 서는 길이다.